선수와 스폰서, 골프장은 구슬땀, 주관사인 KGA 운영은 '엉망'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내셔널타이틀'에 대한 기대는 선수나 갤러리 모두에게 남다르다.
지난 22일 끝난 한국여자오픈이다. 김효주(19)와 전인지(20)는 같은 기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US여자오픈 출전권을 확보하고도 이 대회에 등판할 정도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타이틀스폰서를 맡은 기아자동차 역시 파3홀 4개 모두 홀인원 경품으로 자동차를 거는 이색 마케팅을 펼쳤고, 역대 챔프들에게는 의전차량까지 내줬다. 3, 4라운드 갤러리 상품도 자동차가 등장했다.
코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2년 간 대회를 열었던 잭니클라우스골프장이 내년 프레지던츠컵 준비로 올해는 인근 베어즈베스트청라로 장소가 옮겨졌다. 골프장 측은 신설 코스로 처음 TV화면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을 감안해 무려 20억원을 투자해 '내셔널타이틀'에 걸맞게 대대적으로 코스를 손봤다. 우승한 김효주가 "이렇게 어려운 코스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를 만큼 변별력을 높였다.
하지만 정작 이 대회 주관사인 대한골프협회(KGA)의 운영은 엉망진창이었다. 1라운드가 끝날 무렵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되는 스코어보드부터 뒤죽박죽이었다. 선두권에는 엉뚱한 선수의 이름을 올려놓기가 일쑤였고, 2라운드에서는 경기를 종료한 선수가 인터뷰를 마쳤지만 정작 스코어보드에는 성적이 업데이트되지 않을 정도였다.
오히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사무국 직원들이 빗발치는 문의와 항의를 감당했다. 담당 기자들에게는 급기야 "현재 대회 라이브 스코어링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며 "경기는 모두 종료됐고, 성적은 KLPGA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는 안내 메일까지 보냈다. KLPGA 홈페이지에는 그나마 최종 스코어가 올라오고 있었다.
US여자오픈과 엄청난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지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함께 운영했다.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이역만리 한국의 유저들에게까지 스마트폰 알림창에 개막 공지를 띄웠다.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라운드가 종료됐고, 앱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스코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알림 메시지도 곁들였다.
구태의연한 KGA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골프대회는 선수나 스폰서만 하는 이벤트가 아니다. 수많은 골퍼들이 열광해야 하고, 이들은 신문과 방송은 물론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서 경기를 보고 느낀다. 스코어보드 운영이 가장 기본적이라는 건 두 말할 나위 없다. KGA는 그러나 운영을 맡은 회사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한국골프의 총본산지라는 게 무색하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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