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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아시아 칼럼]당신 뇌 속의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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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아시아 피상훈 자문위원]


‘진로’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며, 진로교육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미리 그려보는 교육이라 규정할 수 있겠다. 최근 진로교육의 중요성은 ‘진로’가 중고등학교의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이 되고, 진로 과목을 담당하는 전담 교사가 학교마다 편성된 것만 보아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 저녁 먹을거리를 생각하고, 주말에 소일거리를 생각하는 단순한 일에서부터,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거나, 10년, 20년 단위의 중요한 생애 목표를 설정하는 일에까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예상하고 계획하는 데에 공통적으로 작동하는 뇌의 메커니즘이 어떠한가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큰 의문거리였다.


2012년 6월 12일자 ‘뇌와 교육’에 실렸던 ‘당신 뇌(腦) 속의 타임머신 잘 활용하고 계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는 필자의 눈길을 확 사로잡았다. 기사는 2012년 6월 8일에 열렸던 한국심리학회 주최의 ‘뇌와 통하다’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여기에서 연세대학교의 이도준 교수는 ‘인간의 기억이 미래를 위해 존재한다’는 요지로 강연을 하였다고 한다.

이교수는 우리가 미래나 과거를 상상할 때에 뇌의 활성화 패턴이 상당히 비슷하며, 결국 기억은 미래를 위해 존재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런 이유로 과거와 관련된 기억에 문제가 있는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흥미롭게도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한다.
기억은 과거의 기록이고,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개별적인 요소들을 끄집어내어 하나의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정보들을 끄집어내어 하나의 세상을 만들고 그 안에 자신을 투영할 줄 안다.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즉 미래를 여행할 수 있는 타임머신은 우리 뇌 속에 이미 존재하며, 인간이 지금 여기 존재하는 ‘나’를 넘어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떠올릴 수 있는 능력, 즉 지금의 나를 넘어서는 인간의 새로운 능력이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진로교육을 실시하는 현장에서 당혹스러운 경우 중에 하나가 너무나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논리적인 모순이 심한 아웃풋을 내어 놓는 학생들을 대할 때이다. 직간접적인 경험과 기억이 많지 않은 초등학생, 중학교 저학년들의 경우에는 아직 그럴 수 있다라고 이해가 되지만 고등학생이나 그 이상의 연령에서 그런 상황을 만나면 참으로 난감해진다.


이때 ‘인간의 기억이 미래를 위해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대입해 보면 왜 그런지 추론이 가능해 진다. 초등학생의 다수는 아직 기억이 일천하거나 얕은 간접 경험 -책이나 영상, 어른들의 말 등- 에 의한 기억만을 토대로 미래를 상상하기 때문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긍정적 관점에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냉정하게는 유의미한 기억이 부실하고 부족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반대로 직간접적인 기억이 강렬한 것으로 유추되는 집단, 예를 들면 과학과 수학에서 탁월한 실력을 검증해 보인 영재학교나 과학고의 학생들은 적절한 도구나 방법을 제시하고 이끌어 주면 지도 교사를 깜짝 놀라게 하는, 그러면서도 논리적으로 완벽한 미래의 모습을 상대적으로 손쉽게 그려내곤 한다.


‘기억이 미래를 위해 존재한다’는 동일한 맥락에서 해석하면 금방 고개가 끄덕여진다.
수학과 과학을 중심으로 강한 성취, 직간접적인 풍부한 경험 등이 뇌의 기억 창고에 차곡차곡 재여 있는 것이다. 그러니 미래를 상상하는 재료의 질과 양 자체에서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유리하고,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쉬우리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진로 교육의 방향, 아니 나아가서는 학교 교육의 나아갈 바가 또렷이 그려지지 않는가? 뇌의 작동 메커니즘이라는 관점에서 진로교육의 초기 단계, 특히 초등학교 시기에는 다양하고 풍부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바로 미래 상상을 위한 재료에 해당하는 기억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제 3인류’라는 책으로 다시 한국 독자들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이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는 창작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0(제로)에서 창조가 시작될 순 없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창조라는 것은 기존에 기억하는 것들을 선별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엮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테면 '꽃다발' 같은 겁니다. 플로리스트는 꽃을 만들어 내지 않습니다. 꽃을 선택해서 함께 묶어주는 것이죠. 그러면 꽃다발이 되면서 다른 색,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합니다.”


우리 교육의 현실은?




(주)한국비전교육원 피상훈 상무이사 david_pie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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