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반도체 기술의 한계는 없습니다. 10나노 이하에서도 계속 개발, 반도체 산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이 지난 2월 반도체산업협회장으로 취임하며 밝힌 말이다.
당시의 확신처럼, 김 사장은 이제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지속 성장하는 데 힘을 보태게 됐다. 메모리 반도체 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개발과 성장도 도맡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6월1일자로 DS부문 일부 사장단 인사를 실시, 김 사장이 시스템LSI사업부장과 반도체 총괄을 맡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종종 이같은 임원인사를 실시한다. 한 명의 임원이 유사한 조직들을 총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 신종균 사장도 네트워크, 카메라 등을 총괄했던 바 있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메모리사업부에서 닦은 역량을 바탕으로 시스템LSI사업부에서도 변화를 일으킬 지에 주목하고 있다.
김 사장은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자공학 석사, UCLA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반도체 전문가다.
1981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반도체연구소 D램 팀장, 차세대 메모리 기술과 이미지센서(CIS) 개발 담당 임원, D램 개발실장, 반도체 연구소장 등 메모리 반도체 기술 개발에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에는 종합기술원 사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도 역임했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종합기술원 사장을 맡으며 삼성전자의 미래 먹을거리가 될 기술연구도 함께 한 것. 삼성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해 전사조직 등 경영 전반에 대한 경험도 갖췄다.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템LSI 사업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와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의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협력을 발표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커 나갈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고, 경쟁업체인 대만 TSMC와 애플까지 견제하기 위한 방법이다.
시스템반도체 전문 인력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초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체인 동부하이텍 대표이사로 근무했던 박용인 사장을 시스템LSI 차세대 제품개발팀장(전무)으로 영입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최근 DS부문 임직원들에게 2분기 경영현황 설명 메시지를 보내 시스템LSI의 부진을 질타했다.
당시 권 부회장은 "1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지만 시스템LSI는 메모리에 비해 부진했다"며 "메모리는 반도체 산업의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반도체 모든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객에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삼성이 강자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사업부는 아직까지는 부진한 모습이다. 삼성 측이 정확한 실적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반도체 부문에서 메모리 사업의 매출을 제외한 수치로 추산하면 시스템LSI 매출은 지난해 1분기 3조4600억원에서 올 1분기는 3조1000억원으로 1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점유율 면에서도 밀린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메모리 반도체 기준 33.1%(1위), 시스템 반도체 기준 4.7%(4위)다.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은 기술적인 부분 뿐 아니라 경영 전반에 대한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며 "반도체를 총괄하며 기술개발 뿐 아니라 판매 등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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