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쇄신을 위해 안대희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국정공백은 당분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안 후보자가 정식으로 취임하려면 최소 한 달이 걸린다. 이 기간까지 내각 통할은 정홍원 총리가 맡게 된다. 한 달 이상 두 명의 총리의 동거체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월호 실종자 수색과 사후대책은 정홍원 총리가 맡게 되고 정부조직개편과 공직개혁 등의 핵심 국정운영은 안 후보자가 맡을 전망이다.
각 부처들도 일손을 놓은 상태다. 사상 초유의 조직해체를 맡게된 해경은 명예퇴직이 급증하고 내부의 동요도 커지면서 본연의 업무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직이 공중분해되는 안전행정부도 패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행부는 안전 기능은 신설되는 국가안전처에 넘어가고 핵심업무인 공무원 인사권은 총리실 산하의 행정혁신처로 넘겨줘야 한다. 각종 정부 의전기능이 어디로 배치될지도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안행부는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직제와 인원을 조정하는 업무를 맡아야 한다. 공무원 승진과 훈포상, 징계도 안행부가 맡아왔다.
이런 점 때문에 안행부는 '부처 위의 부처' '공무원 중의 갑(甲)'이라는 말을 들었다. 지방자치 업무만 남게 돼 일각에선 부(部)에서 처(處)로 격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자기 조직과 인원을 정리하는 일을 누가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개각과 조직개편의 와중에서 내년도 나라살림 준비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까지 정부조직은 1청(해경) 해체와 2처(국가안전처ㆍ행정혁신처) 신설, 2부(안행부ㆍ해수부) 업무조정 등이다. 조직이 개편되면 조직의 총예산과 세부사업별 예산, 담당공무원과 공무원 인건비 등도 함께 바뀐다. 새로운 개편안으로 2015년도를 시작하려면 내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안에 반영해야 한다.
각 부처는 다음 해의 사업과 예산을 그해 3월부터 준비하고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한다. 더구나 올해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국회예산심사가 12월2일까지 끝내도록 하기 위해 예산과정을 한 달간 앞당기는 국가재정법이 개정이 있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예산편성 제출 기간이 한 달 앞당겨져 9월2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4개월도 안 남은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과 안전예산은 늘려야 하고 늘어나는 복지지출 수요도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 공약가계부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필요한 예산도 마련해야 한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각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이행을 위한 예산요구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세수여건은 나쁘다. 1분기 정부가 거둬들인 총수입(국세ㆍ세외수입ㆍ기금수입 포함)은 84조1000억원으로 연말까지 거두기로 한 369조3000억원의 22.8% 수준이다. 반면 총지출은 101조6000억원으로 통합재정수지는 17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관리대상수지 적자는 2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6000억원 증가했다. 작년 국세는 예산 대비 4%인 8조5000억원이 덜 걷혔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는 증세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언급을 삼가고 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속 가능성이 우려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심각해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우리나라도 부가세, 소득세 개편 등 증세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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