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증후군 또는 갈라파고스 현상은 주로 일본 정보통신(IT) 산업의 상황을 일컫는 말이었다.
자신만의 표준을 고집하다가 세계 시장에서 고립되는 현상을 뜻한다. 갈라파고스는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섬의 무리다. 이 지역은 대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외부 종들의 침입을 피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갈라파고스 거북이', '갈라파고스 이구아나'처럼 독자적으로 진화한 고유종이 서식했다. 하지만 외부 종들이 사람들의 영향으로 들어오게 되자 고유종들이 멸종 위기를 맞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시장을 떠난 개인 투자자들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2월 270조원에 달했던 개인투자자의 공모펀드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11년 7월 185조원대까지 감소했다. 이후 3년여 동안 200조원 대 안팎에서 횡보하며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개인투자자의 일반적인 반응은 아직까지도 차가운 편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뼈아픈 손실의 아픔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돌파할 뾰족한 수가 좀체 보이지 않는다.
펀드슈퍼마켓이 오픈한 지 벌써 한 달이 됐다. 휴일이 많았던 5월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시장이 열린 날은 19일에 불과하다. 이 기간 동안 펀드슈퍼마켓 계좌를 만든 개인 고객이 1만명이 넘었다. 그리고 개인의 쌈짓돈으로 모인 자금이 2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세월호 참사 때문에 전사회적인 애도 분위기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펀드슈퍼마켓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 펀드시장이 자칫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나타난 투자자들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자기 주도적으로 직접 비교하고 선택하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극단적인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에서 자신의 삶과 자산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통제 가능성은 인터넷 확산에 힘입어 더욱 높아졌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는 어려운 금융상품이어서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선택하게 하면 위험하다는 발상은 '옛날 생각'일지도 모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가보다 더 똑똑한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 한정된 상품 보다는 더 많은 상품에 대한 폭 넓은 선택권을 갖고 싶어 한다. 펀드 투자자들은 기존 증권사나 은행이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중심으로 한정된 상품만을 제시하던 한계점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불만을 눈치 챈 일부 증권사들이 오픈 마켓을 선언하고 더 많은 펀드를 진열하려 했지만 쉽지 않다. 계열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펀드슈퍼마켓은 독립적인 지배구조로서 모든 자산운용사의 모든 펀드를 내놓아 투자 선택권의 극대화를 지향하고 있다.
셋째, 합리적인 펀드 투자 비용에 대한 관심이 증대됐다. 투자자들은 별다른 서비스 없이 높은 비용을 받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됐다. 합당한 서비스가 있거나 비용이 낮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펀드슈퍼마켓은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온라인에서 서비스가 이뤄지고 펀드 추천 기능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전자제품이나 패션 소비자처럼 '펀드 소비자'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떠난 투자자들을 불러들일 수 없다. 갈라파고스의 고유종처럼 멸종하지 않기 위해서는 달라진 투자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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