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각종 정례회의 횟수를 확 줄이고, 일부는 아예 없애기로 했다. 현안이 없는 때에도 이른바 '의무방어전'을 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전임 김중수 총재는 숱한 대외 정례회의를 소통 강화의 일환으로 봐 임기 중 대표적인 치적으로 꼽았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26일 "이 총재가 각종 정례회의를 간추리라고 지시했다"면서 "꼭 필요할 때에만, 서로 콘텐츠를 가지고 만나는 방향으로 회의 운영방식을 완전히 바꿀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매월 시중 은행장과 총재가 마주앉는 금융협의회 자리는 두 달에 한 번으로 줄어든다. 이 총재는 실무자들에게 "회의의 내실"을 강조하면서 "준비된 내용이나 현안이 없이 모이는 자리는 줄이라"고 당부했다.
일부 실무자들은 이번 기회에 "금융협의회 배석자를 은행장 대신 지주회장으로 바꾸자"는 의견도 제시했지만, 지주 체제가 아닌 곳들과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금융협의회 횟수 줄이기는 시중은행장들도 내심 반기는 소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장들이 노사 갈등이나 경영 악화로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시기에도 한은 총재가 소집하는 회의에 빠지기가 부담스러웠다"면서 "한 시름 놓았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과거 김정태 초대 국민은행장은 한은 총재가 소집하는 회의에 수 차례 불참해 긴장감을 형성한 일이 있다.
아울러 분기에 한 번 열었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나 반기에 한 번 소집해온 대기업 CEO와의 간담회는 현안이 있을 때만 운영하기로 했다. 경우에 따라선 아예 만나지 않을 수도, 정례회의 때보다 더 자주 만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 분기마다 열었던 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와의 간담회는 사라진다. 이 총재는 "투자은행 간담회의 경우 총재보다는 시장 부서 실무자들과 만나는 게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다만 산업의 분야별 현안을 살피는 경제동향간담회는 종전처럼 매월 열기로 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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