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제회복 '문제아' 전락한 네덜란드·핀란드

유로존 경제성장률 (단위: 전 분기 대비 %)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구제금융 지원으로 유럽 내 문제아로 지목됐던 남유럽 국가들이 하나 둘 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엔 북유럽 국가들이 말썽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0.2%를 기록한 가운데, 스페인을 비롯한 남유럽 경제가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그동안 안정적인 경제로 아무런 탈이 없던 북유럽 국가들이 새로운 말썽거리로 전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로존의 경제회복에 가장 많이 뒤처지고 있는 북유럽 국가는 네덜란드와 핀란드다. 네덜란드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4%를 기록, 유로존 가운데 경제 후퇴 정도가 가장 심각했다. 핀란드는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0.4%로 8분기 연속 성장이 멈춰 있다.

네덜란드와 핀란드에 대한 경제 성장 전망도 어둡다 보니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평가도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11월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네덜란드 경제가 예전과 같은 성장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하며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최고 신용등급인 'AAA' 지위를 반납한 것이다. 핀란드는 S&P로부터 간신히 'AAA'등급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달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며 조만간 최고 신용등급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는 상태다.

닉 가트사이드 JP모건 자산운용 채권 부문 펀드매니저는 "몇 년 전만 해도 재정 취약국들이 신평사로부터 등급 강등 위협을 받았지만 지금은 이들이 등급 상향 조정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고 '우등생'이었던 네덜란드·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새로운 강등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유럽 국가들이 돌아가면서 문제아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네덜란드와 핀란드 가운데 핀란드의 경제 상황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핀란드 경제 전반에 정보기술(I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달하는데 그 중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과거 세계 1위 휴대폰 업체 노키아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로 넘어가면서 경제 근간이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교역·투자국인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어려워지면서 그동안 견조 했던 핀란드의 금속, 펄프, 제지 산업도 흔들리고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의 핀란드 상황이 1990년대 경제난을 겪었던 상황 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으며 어려운 상황이 향후 5~10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