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오는 6월7일 개막하는 '2014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의 주제는 '근대성의 흡수: 1914∼2014'다. 이번 주제는 베니스 건축전 총 감독인 '렘 콜하스'가 제안한 것으로 현대건축의 반성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이번 베니스 건축전은 다른 전시회와는 다른 점이 많다. 각 개별국가관은 물론 전체가 하나의 주제로 통일된다. 아르세날레 등에서 열리는 본 전시 역시 스타 건축가를 조명하기보다는 건축 현상 자체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은 건축의 현재성, 즉 경향을 통해 '모더니즘의 승리'를 자축해 왔다는 비판이 거셌다. 더불어 오늘날 세계 건축계는 자본의 종속, 국가 간 정체성 및 문화 다양성 상실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런 까닭에 '건축의 단절'을 외치는 목소리마저 등장한다.
한국관의 전시 방향도 전체 주제에 맞춰 '한반도 오감도'라는 제목으로 남북한 건축을 동시에 선보인다. 당초 전시를 총괄하는 조민석 커미셔너(매스스터디스 대표) 등은 작년 중반부터 북한 백두산 건축연구원 등과 접촉, 역사상 첫 남북 공동 전시를 추진했으나 여러 한계에 부딪쳐 무산됐다. 이에 다양한 국내외 건축가, 문인, 화가, 사진가, 영화감독, 큐레이터나 수집가들의 작업을 모아 '남북 건축'이라는 개념과 주제에 부합하게 공유점을 찾아가고 있다.
조민석 커미셔너는 "분단 상황을 더욱 극대화하거나 과장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있는 그대로 각기 다른 두 체제가 어떤 건축적 격차를 갖게 됐는지를 보여줄 것"이라며 "한반도는 양 체제 모두 이데올로기가 건축에 반영됐다는 점에서 세계 건축에서도 유례가 드물며 더욱 연구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반도의 건축 현상은 지난 100년 격동의 세계문명사의 증상이자 매개체"라고 정의했다.
한국관은 삶의 재건(Reconstructing Life), 모뉴멘트(Moumental State) , 경계(Borders), 유토피안 투어(Utopian Tours) 등의 소주제로 펼쳐진다. 삶의 재건과 모뉴멘트라는 소주제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각기 다른 경로의 건축 현상을 보여온 서울과 평양 모습, 경계라는 소주제에서는 미래 상호 연결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공간인 'DMZ'에 건축적 상상력을 펼쳤다. 마지막 '유토피안 투어'에서는 1993년 중국 베이징에 '고려그룹'을 설립, 북한 관련 자료를 다수 보유한 '닉 보너'의 수집품을 통해 북한의 현주소를 살펴보게 된다.
한편 이번 건축전에서는 장윤규의 '몽유도원도' 프로젝트, 박진희의 'Micro Urbanism' 프로젝트도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중 팔파쪼 모라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또한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구정아 작가도 스위스관 작가로 선정, 이번 전시에 참여한다.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은 오는 11월에 폐막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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