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32.5%가 통일금융 상품 목표수익률 5% 이상 예상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이장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한마디로 대박"이라 언급하고 '드레스덴 선언'으로 구체적인 통일 구상까지 발표하면서 금융업계가 어느 산업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통일금융 연구센터 등이 설립됐고 시중은행의 통일금융상품 출시도 가시화 됐다. 전문가들은 통일 전후 과정에서 시스템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통일에 대해 금융인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통일재원 마련과 북한지역 내 산업기반 구축을 위해서는 금융산업이 첨병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일재원 마련은 금융이 담당해야= 아시아경제신문의 '통일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는 통일 재원 마련에 있서 금융산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나타나 있다. 금융인들은 막대한 통일비용을 마련할 방안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가장 많은 100명이 '금융ㆍ민간기업 등을 활용한 투자자금 유치'를 꼽았고 '정부 및 공공기관의 역외자금조달'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84명에 달했다.
통일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금융 분야로는 은행과 자산운용사, 보험사가 꼽혔다. 36%는 은행이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고 19%는 자산운용사가, 17.5%는 보험사의 역할에 기대감을 보였다. 금융인들은 통일 과정에서 북한 지역 재건에 소요될 막대한 재원을 조달하는 데 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시대에 가장 준비된 금융지주사로는 KB금융지주(복수응답ㆍ75명)가 꼽혔다. 국내에 가장 많은 지점을 가진 KB금융지주가 통일시대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어 농협금융지주(63명), 신한금융지주(59명)가 뒤를 이었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은금융지주는 43명이 선택했다.
금융인들은 통일이 가시화 될 경우 외국인 투자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 중 42%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34.5%는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인 4명 중 3명에 해당하는 76.5%가 외국인 투자유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응답은 10.5%에 그쳤다.
◆통일금융상품…장기투자 선호=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 '로저스 홀딩스' 회장은 "남북통일이 된다면 전 재산을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통일은 한국 경제를 크게 도약시킬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각종 산업단지와 도시가 개발되고 전력ㆍ통신망 구축 등 전 산업에서 설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발맞춰 금융사들도 통일금융 연구소를 설립하고 통일 관련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일부 증권사는 벌써부터 통일과 관련된 상품을 내놓고 있고 시중은행의 상품도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통일금융 상품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목표수익률을 묻자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2.5%가 5% 이상을 예상한 것이다. 3∼5%의 목표수익률을 전망한 응답자도 31%나 됐다. 통일금융 상품 투자기간은 길게 보는 금융인이 많았다. 5년 이상 바라보는 응답자가 41.5%였고 3∼5년을 예상한 응답자도 29.5%에 달했다. 1년 미만의 단기성과를 기대하는 이들은 8.5%에 불과했다.
다만, 금융인들은 '통일이 된다면 투자자산 중 어느 정도를 통일 관련 상품에 투자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5%가 '10% 미만'이라고 답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통일 관련 상품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얘기다. 10∼20%를 투자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26%로 뒤를 이었고 40%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5%에 그쳤다.
통일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 정도가 '중박' 이상의 경제진작 효과를 기대했다. 44%가 '중박'이라고 답했고 '대박'을 예상한 응답자도 19%였다. '소박'은 21.5%,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응답한 이들은 15.5%였다. 금융인들은 통일이 될 경우 목표수익률에는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투자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남북통일이 이뤄지는 데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46%가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고 10∼19년이 걸릴 것으로 본 응답자도 35.5%로 집계됐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