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해 4월 목돈이 필요해 은행에서 3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지난해 말 승진한 김씨는 지난 2월 은행에 '금리인하 요구권'을 요청했다. 회사에서 승진을 했으니 금리를 낮춰달라는 것이었다. 은행은 김씨의 신용상태 등을 다시 평가해 대출금리를 연 0.5% 포인트 깎아줬다.
최근 1년새 은행에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 대출금리 인하 혜택을 본 고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 고객이 처음 대출 당시와 비교해 본인의 신용이 확실히 좋아진 경우 은행에 대출금리의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은행 여신거래기본약관 등에 근거가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지난 2002년 8월 가계용 여신거래기본약관에 신설됐는데 그동안 은행의 홍보 부족으로 이용실적이 적었다. 이에 금융감독 당국은 2012년 7월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금리인하요구권의 대상과 인정범위를 확대하고 홍보를 강화하도록 은행에 적극 지도했다. 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과 이용절차를 언론사를 통해 널리 알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금은 일반 국민들의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졌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금리인하요구권을 이용한 고객이 모두 9만286건(대출금액 43조6000억원)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동기(2012년 2월~2013년 1월)에 접수된 1만7801건(6조원) 대비 407%(7만2485건)나 급증했다.
접수건 중 실제로 금리 인하로 이어진 건수는 총 8만5178건(42조원)으로, 은행의 수용률은 94.3%로 나타났다. 금리가 인하된 8만5178건의 평균 인하 수준은 0.6%포인트로, 대출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 절감액은 연 252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금리인하요구권의 이용 방법은 어떻게 될까. 개인대출의 경우 은행에 금리인하 요구가 가능한 사유는 취직과 승진, 소득증가, 우수고객 선정, 신용등급 개선 등이 있다. 추가 요건과 금리인하 방법은 거래 은행별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 Credit Scoring System)에 따라 금리가 산출되는 신용대출에 우선 적용된다. 주택담보대출 같은 담보대출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는 시기는 최초 대출 후 3개월이 지난 후부터다. 일반적으로 신청 횟수는 연 2회 이내며, 동일한 사유로는 6개월 이내에 재신청할 수 없다.
기업대출의 경우에는 금리인하사유가 일반적으로 회사채등급상승과 재무상태 개선, 특허취득, 담보제공 등이다. 기업대출의 대출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출금리 인하 규모도 더 크다.
보험회사는 지난해 9월부터 금리인하요구권 제도를 시행 중이고, 신용카드회사 같은 여전사와 상호금융도 지난해 말부터 금리인하요구권 제도를 본격 시행하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해 혜택을 보려면 평소에 신용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주거래은행을 정해 금융상품거래와 급여이체, 카드대금결제를 꾸준히 하면 거래실적을 바탕으로 금리인하를 요청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대출원리금 납입이 연체돼 연체이자가 발생하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다른 금융거래에도 지장을 초래한다"며 "평소에 연체가 생기지 않도록 신용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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