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주말인데 오전 내내 팔찌 하나 겨우 팔았네요. 강남이 이 정도면 강북 등 다른 점포는 더 심각하지 않을까요?"
26일 낮 1시.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백화점 1층에는 화장품 코너를 제외하곤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싼 가격을 내세운 스카프 매대도 고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 채 물건만 잔뜩 쌓여있었다.
액세서리 브랜드 판매사원 김미영(이하 가명)씨는 "작년과 비교해도 매출이 30%가량 감소한 것 같다"며 "사람들의 마음이 즐겁지 않다 보니 소비 욕구도 줄어든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글라스 코너를 맡고 있는 이정희씨는 "평소 주말 객수의 3분의 1수준인 것 같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객수가 눈에 띄게 확 줄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여름을 앞둔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선글라스 수요조차 급감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지금까지 3개 팔았다. 경기도 안 좋은데 이번 일까지 겹쳐 사람들이 더 지갑을 닫은 것 같다"며 "상품권 행사를 해도 별로 효과가 없고 사람들이 써보기만 하고 사지를 않는다"고 토로했다.
와인 코너도 손님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판매사원 정영희씨는 "원래 이 맘 때면 와신 선물 예약이 폭주하는 시기인데 문의전화도 많이 없다"며 "지금 같으면 5월 대목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같은 날 저녁 마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역시 의무휴업일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 고객들이 몰렸을만한 생선·정육 코너는 물론이고 야채 등 반찬류, 기타 행사상품 코너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뜸했다. 나들이철을 맞아 수요가 많은 고기와 야채류가 세월호 참사 이후 수요가 확 줄어든 것이다.
식품매장의 한 직원은 "냉동상품은 그나마 보관기간이 길지만 정육 같은 경우 떨이행사를 해도 안 팔리면 전부 재고로 남는다"면서 "60%까지 할인을 해도 안 팔리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털어놨다.
반찬코너 판매사원 박정순씨는 "하루 매출이 평균 100만원 정도인데 오늘은 50만원 수준"이라며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할인 상품도 많은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말 장을 보기 위해 마트룰 찾은 인근 주민 박영순씨는 "평일엔 사람이 더 없다"면서 "나도 빵이랑 우유 등 몇 가지 필요한 물건 외엔 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매일 뉴스를 보니 외출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진다"며 "다들 의욕이 없는데 돈 쓰고 놀러 다닐 기분이 나겠냐"고 강조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로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 실적이 증가 둔화세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국민 정서를 고려해 행사나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활동도 극도로 자제해 당분간 소비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전망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