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킹스·NBER "단기 실업률 정상 수준 회복…美금리 인상 빨라질수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에서 조만간 임금 인플레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초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FT는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와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최근 보고서를 소개하며 이들 보고서는 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도 인플레가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킹스 연구소 보고서는 지난해 8월까지 백악관 경제자문 위원장을 지낸 앨런 크루거를 비롯해 3명의 뉴욕 프린스턴대 교수가 작성했다. NBER 보고서는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와 마크 왓슨 프린스턴대 교수가 작성했다.
크루거는 보고서에서 단기 실업률이 거의 정상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에 조만간 임금 인플레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올해 임금 인플레 압력이 나타날 경우 FRB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보다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자연 실업률을 5.5~6.0%로 보고 있다. FRB가 목표로 하고 있는 '완전 고용'의 실업률 수준이 5.5~6.0%라는 것이다. 완전 고용 상태에서는 인력 채용 경쟁이 나타나면서 임금이 올라가고 인플레가 나타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이 6.7%라는 점을 감안하면 임금 인플레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실업률이 1%포인트 정도 더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크루거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장기 실업률과 단기 실업률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FRB가 실업률이 높기 때문에 인플레 압력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인플레는 단기 실업률과 더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 단기 실업률은 4.3%로 장기 평균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여전히 장기 실업률이 비교적 높은 상황에서도 FRB가 기준금리 인상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고든과 왓슨 교수는 실업률이 모두 같은 의미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며 인플레 전망은 장기 실업률을 배제했을 때 더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크루거도 보고서에서 장기 실업자들의 경우 의도적으로 구직을 포기하기 때문에 경제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단기 실업률에 주목해야 하며 단기 실업률이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면 인플레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FT는 이들이 장기와 단기로 구별한 실업률에는 몇몇 논란거리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 실업률이 연구자들의 조사방식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미국에서는 지속적으로 장기 실업자에 대한 집계 자료가 거의 없다며 연구자들의 자의적 해석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FT는 크루거의 보고서는 미국보다는 영국이나 스웨덴의 경우에 더 적합해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장기 실업률이 평소에는 인플레와 역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다가도 단기 실업률이 정상 수준을 회복하면 그 이후에는 장기 실업률이 인플레 압력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도이체방크의 보고서도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재닛 옐런 FRB 총재는 지난주 뉴욕 금융 컨퍼런스에서 임금 인플레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아직 결론을 내기에는 이르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FT는 도이체방크의 보고서가 맞다면 옐런이 좀더 지켜보자고 주장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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