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수진 감독 "'한공주'는 사회로부터 외면받은 한 소녀의 지독한 성장담"

시계아이콘02분 05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첫 장편영화 '한공주'로 국제영화제 8관왕 휩쓴 이수진 감독 인터뷰

이수진 감독 "'한공주'는 사회로부터 외면받은 한 소녀의 지독한 성장담" 이수진 감독
AD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작은 영화 한 편이 개봉도 전에 이토록 화제가 된 적이 있을까. 영화 '한공주' 이야기다.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지도 않았고, 유명감독의 작품도 아닌, 개봉여부도 불투명했던 저예산 영화 '한공주'는 지금 충무로에서 가장 뜨거운 작품이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여 CGV무비꼴라쥬상과 시민평론가상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제13회 마라케시국제영화제(모로코) 금별상, 제43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네덜란드) 타이거상, 제16회 도빌아시아영화제(프랑스)에서는 국제비평가상·관객상·심사위원상을 휩쓸었다. 이 긴 목록에 최근에는 '제28회 프리부르국제영화제(스위스) 대상 수상'이라는 한 줄을 추가했다.

'아빠' '적의 사과' 등 단편영화로 주목받았던 이수진 감독(37)은 '한공주'로 화려하게 장편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세계적인 거장 감독 마틴 스콜세지로부터 "미장센, 이미지, 사운드, 편집, 연기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내 나이에도 배울 점이 아직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찬사를 받았지만 이 감독은 "개봉여부도 불투명한 저예산 영화가 기댈 수 있는 것은 해외영화제 수상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한공주'는 2004년 밀양지역 고교생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다른 영화들과는 '분노의 끓는점'이 다르다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영화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관객들에게 조용히 묻는다. "당신이라면 그에게 손을 내밀어 줄 것인가?"

이수진 감독 "'한공주'는 사회로부터 외면받은 한 소녀의 지독한 성장담" 영화 '한공주'


▲ 성범죄 관련 영화들이 주로 복수극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성폭행이라는 소재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이런 이야기를 나까지 해야 할까하는 고민도 있었고. 성폭행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들의 자살,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왕따문제 등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다가왔다. 다만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해 공분을 일으키게 할 게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 놓여있으면서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한 소녀의 지독한 성장담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기엔 피해자를 둘러싼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도 포함돼있다.


▲ 영화에서는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온 사회가 한공주에게 등을 돌린다. 가족, 학교, 친구들까지도 이 아이를 외면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물어보고 싶다. 누구나 멀리서보면 다 피해자를 보듬어주고 싶어하지만 그 간격이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회피하고 싶어하지 않나. 신문이나 뉴스에서 사건을 접할 때 나 역시 굉장히 분노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내 주변에 있다면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더니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 분노가 너무 쉽고, 표피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지점에서 영화를 찍어보고 싶었다.


▲ 해외영화제에서 이렇게 많은 상을 받게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또 영화제 상영 당시 반응은 어땠나?


-예산이나 다른 여건 등을 감안했을 때 내가 멋진 미장센을 보여줄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에는 한계가 없지 않나. 주·조연에서부터 단역까지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로워야 된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됐다. 또 영화를 찍으면서 단 한 컷도 허투루 찍지 않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설사 관객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쉽게 가고 싶지 않았다. 해외영화제에서는 나라마다 관객들의 반응이 다 달랐다. 스페인에서는 한 관객이 찾아와서 '법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을 주기도 했고, 모로코에서는 심각한 내용이 나오면 사람들이 소리를 꽥 질러댔다. 로테르담은 친절하고 따뜻했고.


▲ 한공주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숨통을 틔워주는 장면인데, 의도한 것인지?


-공주가 노래를 잘하는 아이로 설정돼있는데, 이 부분도 너무 설정이 식상한 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제발 이 아이가 음악으로 성공하지 말기를 바랐다"고 하더라.(웃음) 하지만 한공주의 과거와 현재의 달라진 감정 폭을 드러내줄 수 있는 건 역시 음악밖에 없더라. 또 혼자서 음악을 하던 공주가 전학을 와서 아카펠라를 하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변하게 되는 부분도 보여주고 싶었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으니까.


▲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는데, 등급을 낮춰서 청소년들이 더 많이 보게 할 생각은 안해봤나? 차기작은?
-재심의를 넣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다시 편집을 해야 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다만 사람들이 선입견을 버리고 영화를 봐줬으면 좋겠다. 차기작은 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그 때 생각해봐야겠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