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최근 우리 군이 북한에 대한 통신감청을 강화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우리 군의 정보수집능력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인간 정보(휴민트·Human Intelligence), 영상정보(이민트·Image Intelligence), 신호정보(시진트·Signal Intelligence)가 필요하다. 이외에 북한방송과 신문 등에서 얻는 공개정보도 유용한 정보다.
우리 군은 올해까지 272억원을 투자해 '제777부대(일명 쓰리세븐 부대)'에 슈퍼컴퓨터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ㆍ미 연합으로 운용 중인 777부대는 통신감청을 중심으로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부대다. 국정원은 인간 정보, 군 정보사령부는 영상정보를 담당하고 있다.
국방부는 슈퍼컴퓨터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서울대에 사업추진방법 등 연구용역을 맡겼다. 군은 이를 바탕으로 내달부터 시설공사와 슈퍼컴퓨터 선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면 777부대 요원들에게 의존했던 정보처리능력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슈퍼컴퓨터는 백두정찰기 등에서 수집된 첩보중 미사일, 핵, 성명, 조직 등 주요 단어를 실시간으로 정밀 분석한다. 777부대는 이달안에 테라 플롭스(Tflops) 요구성능 조건을 결정할 계획이다. 플롭스는 1초당 1조회 연산수행을 할 수 있는 단위를 말한다.
도청을 하는 것과 반대로 도청을 당하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한다. 남북회담이 북한에서 진행될 때면 우리 측 대표단은 서울 본부와 교신할 때 특수 제작한 비화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우리 대표단끼리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는 '필담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통신감청 가능= 북한도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자동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밀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 휴대전화 보급 대수가 늘어나면서, 휴대전화 도입 초기처럼 모든 통화 내용을 도청하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통화내용 자동추적 프로그램은 '나쁜말 도청기'란 추적 프로그램 장치라고 불린다. 현재 추적 프로그램은 북한 전국 도(道)별 보위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 12명 중 1명꼴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휴대전화 보급율이 늘었지만 체제요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내셔널저널에 따르면 북한에선 지난해 5월 휴대전화 이용자가 2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 이용자들의 문자메시지를 실시간 감시하는 것은 물론 통화내역을 녹음하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활동내역도 거의 매일 단체 문자메시지로 보낸다고 내셔널저널은 전했다.
북한의 휴대전화로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고 이용요금도 부유한 이들만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이용자 중 상당수는 휴대전화를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나 카메라 및 비디오 촬영용 등으로 소지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이 아닌 중국산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고, 북한의 이동통신업체 고려링크에서 발행하는 ‘선불카드’를 사용해 통화하고 있다. 선불카드는 장당 북한 돈으로 1120원(우리 돈 약 9140원)으로 한 장을 사면 200분 정도 통화할 수 있다.
북한에서는 2008년 북한 체신성과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합작해 고려링크를 설립하면서 휴대전화 서비스가 시작됐다.
미국의 도청대표기관은= 미국에는 대표적인 개인정보수집 기관이 있다. 국가안보국(NSA)이다. NSA는 데이터 전송 케이블이나 무전기 전파 등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형식으로 훨씬 광범위한 첩보활동을 하고 있다. NSA는 도청을 위해 슈퍼컴퓨터와 함께 언어학자, 암호해독을 위한 수학자 등을 채용하고 있다.
NSA는 세계 제2차대전 이후 진주만 공격과 같은 습격을 사전에 봉쇄한다는 취지아래 문을 열었다. 창설당시 '샴록'(Shamrock)이라는 암호명으로 매달 15만건 정도의 전보내용을 중간에서 엿보는 수준이었다. 에셜론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본래 적성국인 소련과 그 동맹국의 군사, 외교에 관한 통신정보 수집이 1차 목적이었지만, 냉전이 끝나자 상황이 급변했다. 현재는 유타주에 20억달러(약 2조1천억원)를 들여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서 이메일과 전화통화 등 10억 이상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SA의 역할은 도청뿐만 아니라 사이버공격에 대비해 컴퓨터 네트워크 보안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때문에 NSA 수장은 미국내 사이버전쟁을 위해 신설된 사이버사령부의 사령관직도 겸임한다.
영국의 대표기관은= 영국에는 정보통신본부(GCHQ)가 있다. GCHQ는 국내 정보를 맡는 MI5, 국외 첩보기관인 MI6과 함께 영국의 3대 첩보기관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미국 NSA가 3만10000여 개의 표적 단어를 활용하는 반면 영국 GCHQ이 정한 표적 단어는 4만여 개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 GCHQ와 NSA가 동원한 감청 자료 분석관은 각각 300명과 250명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남서부 도시인 뷰드(Bude)의 GCHQ 기지 등에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GCHQ는 최근 1년 반 동안은 막대한 감청 정보를 최장 30일까지 보관하며 정밀 분석을 벌인 것 으로 알려졌다.
GCHQ는 표적단어가 많다보니 대용량 감청정보를 효율적으로 분석하려고 'MVR'(Massive Volume Reduction)이라는 고성능 필터를 도입했다. 가치가 없는 신호를 걸러내고 특정 주제어와 전화번호·이메일 주소 등 '표적 단어'에 맞는 내용만 추출하는 장치다.
각국의 도청기관은= 미국의 NSA는 에셜론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창설됐다. ‘P415’라는 약어로도 부르는 에셜론 프로젝트는 미국과 영국이 비밀리에 체결한 ‘UKUSA 안보협정’에 따라 두 국가가 통신정보(COMINT)를 공유하려고 추진됐다. 이후 해리 트루먼 대통령는 미정부가 이를 주도하기 위해 1952년 전문정보기관을 세운다. 신호정보(SIGINT)와 통신보안(COMSEC)을 전담할 NSA가 이 기관이다.
에셜론 프로젝트의 핵심은 정지 위성궤도인 적도를 따라 분포된 통신정보 수집기지다. 현재까지 식별된 기지 위치는 미국 야키마와 슈거그로브, 영국 모웬스토와 멘위스 힐, 호주 제럴드턴과 솔베이, 뉴질랜드 와이호파이, 캐나다 라이트림, 독일 그리스하임, 일본 미자와 등이다.
각국이 NSA와 비슷한 조직을 설립한 것도 이때부터다. 호주 국방신호국(DSD), 캐나다 국방부 산하의 통신보안국(CSE), 뉴질랜드 정부통신보안국(GCSB), 스페인도 정보기관 국가정보국(CNI), 덴마크의 정치정보국(PET), 스위스 연방정보국(FSI)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관들은 악성프로그램을 만들어 자국 국민들에게 침투시키기도 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스파이웨어인 ‘핀피셔’(FinFisher)다.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 화면을 저장하거나 스카이프 대화 내용과 비밀번호를 기록하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캐나다·방글라데시·인도·베트남·멕시코·세르비아·싱가포르 등 25개국에서 사용된다는 주장도 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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