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벤치마크에 대형주 종목편입 불가피
1년마다 평가, 장기투자 어려워…무늬만 사회책임투자
[아시아경제 최서연 기자]국내 사회책임투자(SRI)펀드의 갈 길이 요원해 보인다. 코스피 중심의 벤치마크와 1년 단위의 국민연금 평가방식 탓이다.
2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해외SRI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6%에 가까운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SRI펀드는 연초 이후 전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년 장기수익률에서도 해외 SRI펀드에 비해 성과가 좋지 않다. 총 14개 펀드 가운데 마이다스운용의 '마이다스책임투자(주식)A1'과 IBK운용의 'IBK좋은기업바른기업[주식]A' 2개의 펀드만이 각각 5.01%와 0.1%의 수익률을 보이고 나머지는 마이너스 수익률로 부진했다.
SRI펀드란 편입종목을 결정할 때 투자대상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와 같은 비재무적 성과를 분석해 투자에 반영하는 펀드를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SRI펀드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시가총액 상위주를 몰아담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해왔다.
김상윤 서스틴베스트 연구원은 "국내SRI펀드의 경우 코스피를 쥐락펴락하고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 위주의 종목편입이 불가피하다"며 "또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 조사시 대기업은 자료를 쉽게 얻을 수 있어 이 부분도 점수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들의 ESG평가가 실제로도 좋기 때문에 펀드 포트폴리오에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스틴베스트에서는 기업의 ESG관련 큰 사안이 있을 경우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 때도 보고서가 발표됐고 자산운용사가 이 부분을 반영해 종목의 비중을 줄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E등급(AA~E등급) 기업을 투자 배제하는 것 이외에 따로 규정이 없어 보고서 반영여부는 전적으로 자산운용사에 맡길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에선 국내 SRI펀드의 개선을 위해서는 SRI펀드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1년 단위의 평가만 없애도 훨씬 더 사회책임투자다운 투자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미국 최대 공적연금인 캘퍼스(Calpers·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의 경우 연금자체가 사회책임투자를 표방하고 있다. 캘퍼스는 내부에 사회책임투자위원회가 있어 위원회에서 직접 기준을 제정하고 운용하고 있다. 또 기금의 투명성을 높인 수익률에 중점을 두고 매년 지배구조 등에 문제가 있는 기업의 명단과 개선안을 담은 '포커스 리스트'를 발표해 공적기금의 공공성을 보장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장기투자를 지향하며 기업의 펀더멘털을 평가해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취지인데 펀드매니저에 대한 재평가가 1년마다 이루어지니 사실상 제대로 된 SRI펀드 운용이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무늬만 사회책임투자를 표방할 뿐 기존 펀드와 똑같이 운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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