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지자체 등록 규제 4만7690건…중앙부처(1만5269건)의 3.3배 달해
-재건축 소형주택 의무비율·용적률 완화 두고 국토부-서울시 힘겨루기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과거 부동산 과열기에 만들어진 각종 규제를 풀겠다는 정부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현 상황과 맞지 않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부동산 시장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각종 규제 완화를 둘러싸고 중앙부처와 지자체간 마찰이 계속되고 있어 자칫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가 동력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규제 증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의 등록 규제는 2012년 기준 4만7690건으로 중앙부처 1만5269건(2013년)보다 3.3배나 많다. 지자체의 힘이 갈수록 세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해도 실질적인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가 호응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이유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그동안 대립해왔던 재건축 소형주택 의무비율, 용적률 완화가 대표적이다. 국토부가 20일 입법예고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은 벌써부터 서울시의 반대에 직면했다. 시행령은 재건축을 할 때 국민주택 규모(85㎡ 이하) 건설비율 60%는 그대로 두되, 소형평형(60㎡) 공급비율 등을 시·도 조례에 위임하고 있는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 등 지자체에 위임한 소형주택 비율 부분을 삭제한 것인 만큼 지자체가 이를 근거로 만들어놓은 조례의 효력이 상실될 것"이라면서도 "지자체에서 소형주택 공급비율을 조례도 규정하지 않아도 정비계획 수립이나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생각은 다르다.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시행령 상에서 관련 규정을 일괄 폐지하면 혼선만 부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에서 소형주택 비율을 강제할 수 없다고 하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유도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법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예측 불가능해져 국민만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입법예고 과정에서 지역 여건에 따라 차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아무리 인·허가권을 쥐고 있어도 법적 기준이 없으니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는 재건축 용적률을 두고도 대립했었다. 국토부는 올 초 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 조례와 관계없이 지자체장이 용적률을 법적상한선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국토부의 도정법에는 1종 주거지는 200%, 2종 주거지 250%, 3종 주거지 300%까지 용적률이 허용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요지부동이다. 여전히 조례를 통해 이 비율을 각각 150%, 200%, 250%로 묶고 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