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19일 열린 이주열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현 김중수 총재의 정책 실패를 성토하는 자리였다.
여야 의원들은 "중앙은행의 신뢰 회복"을 선결 과제로 꼽았고, 이 후보 역시 김 총재의 통화정책 실기론을 시인하면서 소통 강화를 약속했다. 35년 한은맨의 자기 관리 덕에 신상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구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첫 질의에 나선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메시지 관리'를 당부했다. 그는 "한은이 2010년 하반기 물가가 한창 오르던 때인데도 이명박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부응하기 위해 제 때 금리를 올리지 못한 것이 현재 가계부채의 간접적인 원인이 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이어 "지난해에도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았던 4월이 아닌 5월에 금리를 내리면서 정부의 경기 활성화에 차질을 빚었고, 특히 금리 동결을 시사한 뒤 금리를 내려 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다"고 꼬집었다.
이 총재 후보는 이런 의견에 "결과만 놓고보면 2010년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가능하다"면서 사실상 김 총재 책임론을 부각했다. 그는 지난해 5월 금리 인하를 두고 벌어진 혼란 역시 "시장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로 김 총재의 언행불일치를 비판했다. 다만 안 의원의 '물가안정목표 수정' 요구에는 "오랜기간 물가가 물가안정목표(2.5~3.5%)의 하단을 밑도는 건 문제지만, 잦은 수정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전 한은이 금리를 인상했다"면서 당시 한은에 재직했던 이 총재 후보 역시 이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추궁했다.
이 총재 후보는 "미국에서도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화 사태에 대한 우려가 나오긴했지만, 사태가 그렇게까지 이어질지는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이런 설명을 변명삼아 말하겠다"고 답했다. 금융위기의 파고를 예상치는 못했지만, 책임을 피해가진 않겠다는 의미다.
이 의원은 2008년과 2009년 '장밋빛' 논란에 휩싸였던 한은의 경제 전망 능력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실제 성장률보다 두 배나 높아 결국 고금리 정책의 배경이 됐다"면서 한은의 거시경제 예측 능력의 제고를 요구했다. 이 총재 후보 역시 "경제 전망 정확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다"면서 "중점 분야로 두고 오차를 줄이겠다"고 답변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한은법 개정을 통한 지급결제 감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총재 후보도 "지난 2008년 한은의 금융안정 감시를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금융위와 협의가 되지 않아 지급결제에 대한 부분만 제외된 상태로 법안이 통과됐다"면서 "(한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답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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