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주식시장 빠른 회복…재정위기 주범에서 모범생으로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위기의 주범이었던 '주변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주변국의 악몽이 끝난 듯 하다면서 이들 국가의 채권·주식시장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7.23%까지 내려갔다. 2012년 초 28%에서 크게 낮아진 것이다. 그리스 국채 금리는 재정위기가 고조됐던 2011년 7월 사상 처음 40%를 돌파한 바 있다.
가장 먼저 구제금융을 졸업한 아일랜드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2012년 14%에서 최근 3.15%까지 떨어졌다.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의 국채 금리 역시 최근 2년 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주변국 증시의 회복세는 더 눈부시다. 지난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유럽 지수는 14.5% 상승했다. 이 기간 아일랜드와 그리스 증시는 각각 48%, 38% 급등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각각 31.4%, 27.3% 오르며 MSCI 유럽 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포르투갈만 유일하게 8.7% 오르면서 한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주변국 채권 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금리가 내려가고 이것이 증시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췄다고 지적했다. 이에 채권과 주식 시장의 동반 회복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주변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좋아지고 있다. 지난달 신흥국을 강타한 금융혼란이 주변국 국가들에 득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유로존이 성장동력을 회복 중인 것도 주변국들에는 긍정적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유로존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내년 전망치도 1.8%로 0.1%포인트 높였다.
재정위기국의 실물경기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그리스의 지난달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2로 처음 50을 돌파했다. 6년여만에 제조업 경기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영국 소재 자산운용사 에르메스 소스캡의 앤드루 페리 최고경영자(CEO)는 "강도 높은 긴축정책이 재정위기국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면서 "이제 문제는 이들 국가의 경기회복세가 얼마나 지속되는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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