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e뉴스팀]요즘 극장가는 그야말로 '실화 붐'이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는 현실과 맞닿아있기에 관객들의 공감대를 보다 쉽게 형성한다. 특히 잊혀져있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다시 꺼내어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변호인'이 천만 영화에 등극했고, '또 하나의 약속' '신이보낸 사람' 등이 스코어와는 무관하게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내면서 실화 영화가 활약했다. 할리우드에서도 '물 좋은 실화영화'가 건너왔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에이즈 환자의 남다른 투병기를 그린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감독 장 마크 발레)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는 술, 여자를 사랑하고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전기 기술자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가 에이즈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한다. 30일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는 FDA(미국식품의약국)의 승인으로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 AZT를 복용한다. 약은 처음에는 효과를 나타내지만 점점 몸을 망가뜨려간다. 사실 AZT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지니고 있는 약이었다.
결국 론은 자국에서 금지된 약물을 다른 나라에서 접한 뒤 큰 효과를 보고, 밀수해 들여오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병원에서 게이인 에이즈 감염자 레이언(자레드 레토)을 알게 되고, 그와 함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든다. 회원제로 환자들에게 약을 판매하는 론은 끊임없이 약의 효능을 주장하고 승인을 호소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30일 시한부' 판정을 받은 론은 2557일을 더 살다가 세상을 떠났고, 이 약은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했다.
장 마크 발레 감독은 다소 어두울 수 있는 내용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곳곳에 재기발랄한 요소들을 포진시켰고, 특히 주인공 론의 엉뚱하고 뻔뻔한 매력이 치명적이다. 그가 아름다운 의사 이브 삭스(제니퍼 가너)에게 꿋꿋이 대시할 때 이러한 매력이 폭발한다. 또 감독은 주인공이 30일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만큼 날짜가 지나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그의 목숨이 연장되고 있는 것을 강조한다. 한 장면을 길게 끌지 않고 툭툭 끊어가는 편집 방식도 독특하다. 슬퍼하고 분노할 겨를이 없이 스피디하게 진행되다가 후반부에서 감정이 터지는 순간이 온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보면 배우들의 연기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주인공 매튜 맥커너히와 자레드 레토는 환상의 연기를 보여준다. 두 사람이 학자나 기술자가 아닌 배우가 됐다는 점에 할리우드는 감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에이즈 환자 역할을 위해 매튜 맥커너히와 자레드 레토는 20Kg 체중 감량에 나섰다. 80kg이 넘는 다부진 체격이었던 매튜 맥커너히는 최소한의 음식물만 섭취하며 61kg까지 체중을 줄였다. 자레드 레토 역시 에이즈 환자이자 약물 중독자 역할을 위해 3주 동안 하루에 300~400 칼로리씩만 섭취하며 몸무게를 53Kg까지 줄였다. 여자처럼 가느다란 종아리와 뱃가죽이 등에 붙을 정도로 바싹 마른 두 배우의 모습은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자아낸다.
매튜 맥커너히는 깊은 눈빛과 거칠면서도 자유로운 연기로 프레임 안을 채웠고, 자레드 레토는 모래알같이 섬세한 감정선으로 죽음을 앞둔 트렌스젠더 역을 탁월하게 소화했다.
이 작품은 제86회 아카데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포함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고, 2014년 제 7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차지했다. 제 50회 방송영화비평가협회상에서도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시카고, 라스베가스, 워싱턴DC, LA, 뉴욕, 샌디에고 등 총 6개 비평가협회상 남우조연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줄거리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영혼을 담은 연기에 감탄하며 극장을 떠날 수가 없게 만든다. 에이즈, 게이, 트렌스젠더 등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담고 있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고 묘하게 아름답다. 깊은 감동과 여운이 남는 영화. 개봉은 내달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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