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와 총학생회 신입생 OT 두고 벌인 갈등이 결국 학생들에게 불똥
[경주=아시아경제 이혜영·김동표·박준용 기자] 10명의 사망자와 105명의 부상자를 낸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학생들은 왜 유례없는 폭설이 내린 경주의 산 중턱에 있는 곳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받아야 했을까.
학교 측과 학생회가 환영행사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장소 선정이 늦게된 탓에, 결국 안전점검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체육관이 있던 리조트에서 행사를 치르게 된 것이다.
19일 부산외대와 총학생회에 따르면 양쪽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교내에서 할 것인가, 교외에서 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학교 측은 올해 새로 이전한 남산동 캠퍼스에서 28일 하루만 진행할 것을 제안했지만, 학생회는 친목도모를 위해 1박2일로 진행해야 한다며 서로 의견이 충돌했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외부에서 환영회 행사를 진행했지만 매년 음주나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돼 반대했다"고 말했다.
반면 총학생회 측은 "남산동 캠퍼스에는 1000명을 수용할 공간이 없어 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사고 후 정해린 부산외대 총장과 총학생회 측은 책임소재를 놓고 서로 떠밀기를 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학교와 총학생회의 의견이 충돌하자, 학교는 교비 1억2000만원을 지원하던 신입생 환영행사에 대한 지원을 끊었다. 학생회는 학교이 지원이 중단되자 신입생은 6만5000원, 재학생은 3만원의 참가비를 받았다.
자체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총학생회는 경주에 있는 켄싱턴리조트를 염두에 두고 구두 예약을 했다. 하지만 대구에 있는 한 대학이 먼저 정식 계약을 해버려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결국 예약하려 했던 곳보다 비용은 더 들고 위치와 시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마우나오션리조트를 행사 장소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총학생회가 학교가 반대한 행사를 진행했다며 교직원을 3명만 리조트에 보냈고, 안전사고에 대비한 사전 준비도 전혀 하지 않았다.
고 김진솔 양의 아버지 김판수 씨는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데 학교에서 사전답사를 해서 시기를 늦추자고 했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학교 측이 성의있는 태도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주=이혜영·김동표·박준용 기자 its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