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9일 치러진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지지를 받은 마스조에 요이치(65·舛添要一) 전 후생노동상이 압승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지지를 등에 업은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는 3위에 그쳤다. 지난달 19일 오키나와현 나고시장 선거에서 자민당 추천 후보가 패하면서 타격을 입었던 아베 정권에 다시 힘이 실리게 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개표가 98% 진행된 10일 0시10분 현재 마스조에 후보는 209만585표를 획득하며 타 후보를 압도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는 94만7909표를 획득해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 전 일본 변호사연합회장(97만5482표)에도 뒤졌다.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항공막료장은 60만2972표를 얻었다.
2012년 말 출범한 아베 내각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의 여당후보인 마스조에 후보가 압승함에 따라 아베 정권의 국정 독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또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도 탄력을 받게 됐다.
호소카와는 패인에 대해 "출마를 망설이느라 준비기간이 짧았고 '탈원전'이 좀처럼 쟁점으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민당과 공산당의 지원을 받은 우쓰노미야 후보는 예상외의 선전을 했지만 탈원전 지지파 및 진보 성향 유권자의 표가 자신과 호소카와 후보에게 분산되면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탈원전'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던 호소카와와 우쓰노미야가 단일화하지 못한 것은 마스조에 낙승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고령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마스조에의 후생노동상 경력과 여당 지지 후보라는 안정감도 승리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학교수와 정치 평론가 등을 거쳐 2001년 참의원으로 중앙정계에 발을 들여 놓은 마스조에는 2007년 재선에 성공하며 작년 7월까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2007년 8월 제1차 아베 내각의 개각 때 입각, 2년간 후생노동상으로 일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46.15%로, 중의원 선거와 함께 치른 직전 선거(2012년 12월)의 62.6%를 크게 밑돌았다. 전날 내린 폭설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역대 3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는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전 지사가 불법자금 의혹으로 작년 말 자진사퇴함에 따라 치러졌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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