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윤진숙 '사표수리' 아닌 '해임' 배경은?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이경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해임 방식으로 전격 경질한 것은 집권2년차를 맞아 공직사회에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동력을 잃을까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사표가 아닌 해임 결정을) 그 자체 의미로 받아들여달라"고 말했다.
즉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형식이 아닌 '책임을 묻는' 방식을 택한 것인데, 앞서 현오석 경제부총리에게 던진 '옐로카드'의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다. 카드정보 유출사태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현 부총리의 발언을 두고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공직자가 없기를 바란다"며 "이런 일이 재발할 때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분명했음에도 윤 전 장관이 여수 기름유출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민은 2차 피해자"라고 하거나 사고 현장에서 코를 막는 비상식적 행동 등을 통해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을 반복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공직사회 기강을 다잡기 위해서는 자신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윤진숙 카드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논란이 불거진 시점도 이런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설연휴가 끝난 후 열린 국무회의와 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공직사회에 일관된 메시지를 전해왔다. 집권2년차로 접어든 만큼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성과지향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직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어 일하는 분위기로 전환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왔다.
주로 '상명하달' 혹은 '깨알지시' 같은 말로 대변되던 청와대 회의를 최근 들어 농담과 재치 있는 비유와 농담으로 포장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농담 속에 정책 체감도ㆍ타이밍ㆍ국민의 눈높이 등 명확한 메시지를 담았다. 윤 전 장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자칫 그를 비호하는 모양새를 보일 경우 이런 국정운영의 흐름에 훼손이 생길까 우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장관의 낙마는 박 대통령에게 개각에 대한 큰 부담감을 안긴 측면도 강하다. 앞서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개각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지만 결국 말을 바꿔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공직사회는 '개각 가능성'에 즉각 반응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세종청사 출근길 세종공무원들은 "공직사회에 인사태풍이 몰아치는 것 아니냐"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해수부 뿐 아니라 카드 사태로 한 차례 옐로카드를 받은 기획재정부,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을 책임지는 농식품부, 노동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고용노동부는 좌불안석이다.
국정과제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경제부처들 역시 사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윤진숙 해임 이후 여론의 향배가 개각설 진화냐 점화냐를 가르는 변수가 될 것 같다"면서도 "전면 개각은 아니라도 소폭이나 원포인트 개각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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