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6일 낮 12시 중대 발표를 하겠다며 이례적으로 기자들을 불러모았다. 지금까지 보사연이 연구결과를 직접 기자들에게 발표한 적은 없었다.
기자들도 바쁜 걸음으로 마포 내 기자간담회 장소에 집결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발표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이 자리에서 보사연은 전국 30대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국민들이 소득 하위 노인들에게만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설문조사 문항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방식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었다. 부실한 조사인 것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많이 받을수록 기초연금은 적게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연금 납입 기간이 20년 이상일 경우 기초연금은 기본 금액인 10만원 밖에 받을 수 없다.
반면 납입 기간이 10년 이하로 상대적으로 짧으면 2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낼수록 기초연금을 덜 받는 구조라서 국민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설문조사 대상자들에게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을 충분하게 하지 않고 단순하게 차등지급 찬반 여부만 물어보니 여유있는 노인들에게는 돈을 적게 줘야 한다는 당연한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사연이 기초연금법안 통과를 위해 정부안을 찬성하도록 유도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그래서다.
"국민연금 연계에 관한 설명이 들어가면 설문이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라는 최병호 보건사회연구원장의 해명도 빈축을 샀다.
2월 임시국회 최대 쟁점이 기초연금 도입 여부인만큼 정부 출연기관이 대놓고 정부와 여당을 지원하기 위해 편파적인 설문을 진행했음을 자인한 꼴이다.
공공기관이 정부의 기초연금안을 지키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던 씁쓸한 자리였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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