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확대는 기본·수익형 상품은 선택… “이제는 모두 늘린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진화하고 있다. 대형을 줄이고 중소형을 늘리는 전략이 서울시 전역으로 확산되고 수익형 상품인 오피스텔을 끼워넣는 사례가 등장했다. 임대주택 물량을 늘리며 용적률을 크게 높인 사업장도 나왔다. 모두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들이다. 전문가들은 더 다양한 정비사업 형태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련기사 21면 ‘큰 집’ 없앤 수색뉴타운>
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현재 막바지 이주가 진행 중인 서울 마포구 염리2구역 조합은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총 주택 공급량을 729가구에서 927가구로 대폭 늘렸다. 서울시내 1000가구 미만 정비사업장 중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해 100가구 안팎 공급계획 물량을 조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총 공급량의 30% 정도인 200여 가구를 더 짓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합은 용적률을 늘리되 임대주택과 중소형 분양주택을 더 늘렸다. 이에 5만1835㎡규모의 염리2구역에는 건폐율 50% 이하, 용적률 248.22%가 각각 적용돼 최고 25층(평균 21층) 아파트 12개동 927가구가 들어서게 된다. 애초 계획으로는 전용면적 ▲40㎡이하 50가구 ▲40~50㎡ 60가구 ▲50~60㎡ 100가구 ▲60~85㎡ 375가구 ▲85㎡이상 144가구였으나 ▲40㎡이하 80가구 ▲40~50㎡ 64가구 ▲50~60㎡ 307가구 ▲60~85㎡ 464가구 ▲85㎡이상 12가구 등을 짓는 것으로 바뀌었다. 총 공급량의 20%를 차지하던 85㎡이상 중대형이 1%대로 줄어들고 60㎡미만 소형 비중은 전체 주택수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가 됐다. 임대주택은 124가구에서 160가구로 36가구 늘었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달 말 이주율이 60%를 넘긴 상태"라며 "조합원 조사를 통해 수요층이 두터운 50~60㎡대 주택형 비율을 13%에서 33%로 늘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근 재개발사업도 속도를 맞추고 있다. 조합이 설립된 3구역은 지난 2011년 용적률을 10%포인트 가량 올린 데 이어 대형을 줄이고 소형을 대폭 늘린 계획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3구역에는 용적률 251.10%가 적용된 최고 27층 높이의 아파트 총 1671가구가 들어선다.
시장 관계자들은 염리2구역 사례를 시작으로 더욱 다양한 재개발 방식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조합과 시공사가 자체적으로 중대형 물량을 줄이는 현상은 보편적 현상으로 정착했다. 중대형 분양을 통해 조합원 부담을 줄이던 과거와 달리 미분양이 양산되며 오히려 부담이 커진 사례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포로3구역 재개발처럼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을 포함시켜 공급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역세권 정비사업의 경우 1~2인 임대수요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미분양 리스크를 없애는 동시에 수익형 상품까지 추가한 묘수다.
부분임대 역시 확산되는 추세다. 주택 일부를 분리, 세를 놓을 수 있도록 한 이른바 '한지붕 두대문'이다. 흑석뉴타운을 시작으로 지난해부터는 청량리와 마포 등에서도 도입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정비사업의 변신을 반기고 있다. 흑석3구역 부분임대의 경우 찾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던 우려와 달리 3.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34가구를 모두 털어냈고 청량리에서도 22가구 조기 마감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마포와 은평 일대 정비사업장에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역세권 정비사업장의 경우 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원화된 정비계획을 적용하기보다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다양한 정비를 추진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주변부와의 연계성 등 공공성이 침해받지 않는 선상에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정비방식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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