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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40조 부채줄이기…내용과 쟁점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54초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추진계획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한국전력 등 주요 공공기관들이 총 40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줄이기로 했다. 부채감축의 방향은 "파티는 끝났다"는 정부의 방침에 맞춰 사업조정과 자산매각, 임금과 복리후생비 절감 등을 포함한 경영효율화 등으로 잡혀있다. 하지만 정상화계획이 대부분 자산매각에 맞춰져 있어 헐값매각과 특혜시비 우려, 노조의 반발 등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마누라(핵심사업,자산)빼곤 다 판다?=부채감축 중점관리기관 18곳이 2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부채감축계획을 보면 이들은 2017년까지 기존 계획 대비 40조원의 부채를 줄이기로 했다. 민간자본 유치와 해외사업 투자 축소 등 사업조정으로 17조5000억원을, 자회사를 포함한 국내외 출자지분 등 자산을 매각해 7조4000억원을, 임원급 임금을 동결하거나 감액하고, 경상경비를 줄여 3조3000억원을 각각 줄이기로 했다.

LH는 시가 2800억원에 상당의 성남 정자동 사옥과 3500억원에 달하는 분당 오리 사옥의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매각되지 않은 토지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감축할 계획이다. 현재 LH가 당장 매각할 수 있는 미매각토지는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미착공지구는 단계별로 사업에 착수하는등 사업 시기도 조정할 예정이다.


부채가 17조원이 넘는 코레일은 용산부지 재매각, 민자역사 지분 매각 등으로 2017년까지 1조9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용산부지의 반환 소송을 거쳐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부지 매각작업에 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코레일은 아울러 지분을 가진 전국 13개 민자역사 가운데 서울역, 영등포역, 대구역 등 흑자를 내는 일부 역사의 지분을 올해부터 매각한다.

한전은 시가 2조∼3조원으로 추산되는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삼성동 본사 부지와 양재동 강남지사 사옥 등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또 캐나다 데니스사 지분(9.46%, 투자액 630억원) 등 3개 해외 우라늄 확보 사업의 지분매각도 검토 대상이다. 이렇게 해서 총 1조5000억원 부채를 추가로 감축할 계획이다. 한수원과 발전 5회사는 국내 민간업체와 함께 투자해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기존지분의 일부는 민간 업체나 연기금 등에 팔아 회사별로 1조∼4조2000억원의 빚을 줄일 계획이다


32조3000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는 2017년까지 예상되는 2조2000억원의 부채 증가액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호주 GLNG 프로젝트 등 호주와 캐나다에서 벌이는 해외자원 개발의 지분을 축소하는 방안을추진 중이다. 이들 지분을 국내 연기금이나 에너지기업에 우선 파는 것을 검토한다.


18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석유공사도 국내외 출자 지분과 일부 비축기지 부지 등 1조1000억원 규모 자산을매각한다. 광물자원공사는 일부 해외지분과 본사이전부지, 도로공사는 휴게시설 운영권과 본사 이전 부지 등을 매각해 각각 3000억원을 마련한다. LH와 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은 사옥을 매각 후 재임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허리띠 졸라맨다=18개 기관은 임원 등 임금을 동결ㆍ감액하고 경상경비를 10∼20% 절감하는 등 경영효율화 계획도 제시했다. 코레일은 간부급 임금을 동결하고 수당 절감을 위해 연가 활용을 독려하기로 했다. 도로공사도 임원 임금은 감액, 처장급 임금은 동결한다. 한전과 한수원은 임직원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 50%를 반납하기로 했다. LH는 1급 직원 임금을 동결한다.


LH(-108만원), 수자원공사(-54만원), 도로공사(-27만원), 한전(-223만원), 한수원(-225만원), 석유공사(-197만원) 등 대부분의 중점관리기관이 1인당 복리후생비를 줄이기로 했다. 강원랜드, 인천공항 등 33개 기관은 과도한 경조휴가를 줄이고 코레일 ,장학재단 등 32개 기관은 초중고 자녀 학자금 과다지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LH와 예탁결제원 등 24개 기관은 공상 퇴직ㆍ순직시 퇴직금을 가산 지급하던 관행을 바꾸기로 했다. 정부가 공공기관 해제 조건으로 방만경영 해소를 내걸었던 한국거래소의 경우 1인당 복리후생비를 현재 1306만원에서 올해 1분기까지 447만원으로 859만원(65.8%)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문제는 없나=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이 그대로 이행되면 38개 공공기관의 총 부채는 2017년까지 497조1000억원에서 457조6000억원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방만경영과 과다부채를 줄인다는 목적 하에 핵심 자산이나 알짜사업을 무리하게 매각할 경우 오히려 공공기관으로서의 핵심경쟁력이 떨어지는 한편으로 헐값매각과 특혜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낙연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지방 이전 공공기관 종전 부동산 매각 추진 현황' 에 따르면 본사 지방 이전에 따라 기존 본사 부지를 매각 중이거나 매각 예정인 공공기관은 총 51곳으로 매각 대상 부지는 54곳 246만4057㎡에 이른다. 매각 대상 부지의 장부가격은 총 5조7101억원이다. 한전 삼성동 부지, 경기도 분당 소재 옛 주택공사 사옥과 인근 옛 토지공사 사옥, 경기 성남시 소재 한국도로공사 부지와 경기 의왕시 소재 한국농어촌공사 부지도 포함돼 있다.


이들 부지 중 상당수는 서울 등 수도권의 요지에 위치해 있고 덩치(매각가격)이 커서매각을 서두르다가 국내 대기업이나 외국기업에 헐값으로 팔리고 특혜시비가 일 수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매각대상과 매각시한을 알려주고 나서 매각작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협상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내 패를 다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조정의 명목 하에 추진되는 민영화도 논란거리다. 도로공사의 경우 전국 172개 휴게소 운영을 민간에 맡기고 임대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휴게소 운영권을 위탁운영 계약기간이 끝나는 대로 차례로 매각할 방침이다. 애초 도로공사는 휴게소의 공익서비스 기능 등을 이유로 들어 운영권 매각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기재부가 매각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과도하게 줄일 경우 임직원들의 사기저하와 노조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켜 노·사·정 갈등과 대립이 불가피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 산하 38개 공공기관 노동조합은 이미 노사교섭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명박정부는 일자리 나누기라는 차원에서 2009년 공공기관 대졸자 초임연봉을 삭감했다가 공공기관과 양대노총의 반발로 2년 뒤인 2011년에 단계적 인상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양대노총은 공공기관 부채의 근본 원인은 방만경영과 과잉복지가 아니라 정책 실패와 낙하산 인사에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문제가 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과잉복지는 낙하산 사장들이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체결한 이면합의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부채, 방만경영 해소의 실적이 부진한 기관장을 해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낙하산 인사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개혁의 동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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