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정부 대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가 사후약방문식이어서 효과가 의문시된다. 충분한 검토 없이 내놓는 바람에 혼선을 더하는가 하면 진즉 할 수 있는 조치를 미적거려온 것도 있다.
금융당국이 어제 금융사의 전화 권유 마케팅(TM)을 3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전면 금지하자 적지 않은 혼선이 일었다. TM 비중이 높은 보험ㆍ카드사에 비상이 걸렸고, TM 직원들은 졸지에 실업자로 전락하게 생겼다며 불안해했다. 결국 하루 만에 기존 상품 갱신 업무는 허용하는 등 당국이 우왕좌왕했다.
스팸 문자와 스미싱 전화를 조기 차단키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까진 사기성 메시지를 신고해도 문제의 전화회선이 정지되기까진 서너 달이 걸렸다. 경찰 수사를 통해 불법 사실이 드러난 뒤에야 통신사가 정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를 다음 달부터 금융감독원이 불법 대부 광고임이 명백하다고 판단해 경찰청에 통보하면 통신사가 곧바로 회선을 정지함으로써 일주일 이내에 사기성 전화를 원천 차단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속 대응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을 그동안 왜 미온적으로 대처했는가.
원천적인 문제에 대한 수술은 여전히 미흡하다. 정보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금융거래 때 주민등록번호를 입력도록 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오는 8월부터 주민번호 이용ㆍ수집이 금지되는데, 유독 금융당국만 예외를 두려 하고 있다. 주민번호를 못 쓰게 할 경우 생기는 혼란 때문이라는데, 법이 공포된 지난해 8월 이후 여태 뭐하고 있었나. 어제 대통령까지 나서 대안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미국에선 금융계좌를 만들 때 사회보장번호 외에 운전면허증이나 여권을 제시해도 된다. 우리도 건강보험증이나 운전면허증으로 실명 확인이 가능하다.
신용카드 사용이 우리나라만큼 일상화한 나라도 없다. 금융정보 보호에 관한 국민의 불신을 조기에 잠재우고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상거래와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금융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대통령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임기응변이 아닌 개인정보의 불법 유출과 유통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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