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시대의 고민 '전월세전환율'…상한선 10%는 남의 얘기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서대문구 창천동에 거주하는 정일훈(30ㆍ가명)씨는 리모델링을 마친 원룸에 살고 있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는 50만원으로 인근 시세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월세 부담을 줄여보려고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좀 더 높이고 월세를 낮출 수 없느냐고 문의했지만 집주인이 단칼에 거절해 협상조차 할 수 없었다. 중개업자도 요즘은 반전세 매물도 찾기 어렵다며 집주인 편을 들어 보증금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
월세 주거가 급속도로 늘어나며 전세보증금의 월세 전환율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보증금을 낮춰주고 월세를 받아 소득을 올리려는 집주인과 가능한 월 주거비 부담을 줄이려는 세입자의 요구가 충돌하는 것이다. 저금리로 인해 보증금을 금융권에 예치해두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나 월세 전환이 가속되며 나타난 현상이다.
월세 거래가 보편적인 대학가 원룸시장의 월세 전환율은 12%에 육박한다. 평균 전환율은 8%대라고 하지만 실제 다가구 원룸시장에서 통용되는 전환율은 크게 높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보증금 1000만원을 월세 10만원으로 환산하는 식이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이 주로 거주하는 신촌 일대나 봉천동, 건대 인근 원룸의 경우 전세가 7000만~1억원,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대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인 원룸에 사는 세입자가 보증금을 2000만원으로 높이면 월세를 30만원으로 낮출 수 있다. 그런데 시장상황은 정반대다. 수익형부동산 운용에 눈을 뜬 집주인들이 대거 월세 전환에 나서고 있어서다.
더욱이 올해부터 적용되는 개정 임대차보호법에서 월세 전환율 상한선을 '10%'로 제한했지만 원룸시장에서는 통용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3분기 발표한 '주택유형별ㆍ보증금액별 월세 전환율'에 따르면 보증금이 1억원 이하인 경우 다가구주택의 전환율은 8.3%, 다세대ㆍ연립주택의 전환율은 8.6%였다. 1억~2억원 다가구주택 5.6%, 다세대ㆍ연립의 경우 6.4%였다. 대부분 전셋값이 1억 미만인 원룸에 거주하는 2030세대가 내야 하는 월세 부담이 가장 크다.
소득이 낮거나 소형ㆍ저가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일수록 월세 부담이 높은 구조다. 월세 전환율은 주로 재계약을 할 때 적용되는 기준이어서 신규 계약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아파트가 통상 6%인 데 비해 원룸의 전월세 전환율은 12%로 두 배다. 집주인 입장에서 임대료를 내지 않을 경우의 위험부담, 이자율, 공실리스크, 감가상각비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저가주택일수록 전월세 전환율이 높다.
월세를 산정할 때 전세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설정하는 것도 월세 전환율을 높이는 요인이다. 전세난과 저금리가 맞물려 전셋값이 오를수록 월세 부담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집주인들이 감당하는 리스크 때문에 저가주택일수록 전월세 전환율이 높다"며 "집주인보다는 세입자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집주인의 의도가 반영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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