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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의 해, 말(言)의 해]말의 인플레 시대…'다름을 인정'해야 진짜 소통이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8초

전문가 제언..."언어는 사회를 판단하는 척도…책임있고 긍정적인 어법이 화합과 통합 밑바탕"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지는, 소통의 길잡이가 돼야 할 '말'이 오히려 오해와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오늘날, 많은 이들이 소통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성원들 간의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역량이 한 사회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정확한 문법과 체계를 갖춘 언어 사용도 중요하지만 서로간의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적인 기반도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사회문화평론가인 최영일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는 "우리 사회는 말을 많이 해야 살아남는 사회이다. 말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대중들을 설득하고, 나의 이익을 취해야 하는 등 말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사회기 때문에 소통의 비중도 커졌다. 하지만 소통을 위한 콘텐츠와 도구는 빈약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말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문화인데, 그 문화적 기반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언어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전제돼야 한다. 최 대표는 "언어를 많이 쓰는 지도층들이 올바른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말을 바르게 쓰지 않는 정치 조직이 지도자가 되면 한 사회의 언어 체계가 교란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음지에서 출처도 모르게 양상된 언어가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으면서 대중적으로 쓰이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오히려 역으로 시정잡배들의 언어가 정치권·학계·언론계에도 침투하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대로 '악성 언어가 양성 언어를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말을 쓰는 사람들 간의 갈등의 해결과정이 한 사회의 민주주의의 역량과도 연결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갈등이 생기는 건 '문화적 소통으로서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말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선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먼저라며 "소통이 안 된다는 건 문화 충돌이고, 결국 자신과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민주주의에선 갈등이 생기는 게 당연하고 갈등 그 자체가 곧 민주주의를 뜻하기도 한다"며 "결국 그 갈등을 어떻게 잘 안정시키느냐의 문제이며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인정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간생활에서 언어생활이 차지하는 역할은 큰데, 요즘은 말의 '인플레이션'이 심하다"며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굳이 함으로써 말이 변형되고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자기과시적인 말, 권력관계에서 왜곡된 말도 '인플레 현상'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을 잘해서 존경받는 이들은 그 말에 무게가 있다. 개념과 어법, 맥락에 맞게 필요에 따라 말을 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어법과 표현으로 말이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평론가인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누구보다 책임 있는 말을 해야 할 정치인들의 경우 긍정의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 '좌시하지 않겠다'와 같은 부정적인 느낌이 나는 언어를 자주 사용할 경우 화합, 통합을 이루기 힘들다. 또 정치인들의 말이야 말로 정확하고 적확해야 한다. 이 역시 책임성과 관련 있다. 포퓰리즘에 입각한 말을 남발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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