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하우스푸어 두번 울리는 'LTV규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7초

이자 갚기도 빠듯한데 금리인하에도 울며겨자먹기식 기존 고금리 유지
신규대출로 갈아타고 싶어도 차액 한번에 갚아야하는 규정 때문에 이중고
금융위 눈치보는 은행들, '찔끔' 금리 인하에 그쳐


하우스푸어 두번 울리는 'LTV규제' 주택담보대출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하우스푸어'들은 떨어진 금리만큼 낮은 이자로 대출을 갈아타기 어려워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 추이다.(자료 한국은행)
AD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예전에 받은 고리로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갚으려니 등골이 빠진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그대로인데 집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기존 대출액만큼 낮은 이율이 적용되는 새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렵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강모씨)


집이 있지만 이자 갚기에 빠듯한 '하우스푸어'들이 계속되는 집값 하락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저금리시대가 됐지만 이들이 받은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시중금리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리 주택담보대출로 신규대출을 받기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한과 집값 하락으로 대출금 한도가 줄어 신규대출은 '그림의 떡'이라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하우스푸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은행 대출이자를 부담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의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는 연 3.81%다. 올해 3월 연 3.97%로 처음으로 3%대로 들어선 이후 3%대 선을 유지하고 있다. 2년 전인 2011년 10월만 해도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5.01%였다. 또 2007~2008년에는 연 6~7%대였다.


금리가 낮아지자 예전 고금리로 주택담보대출 받은 하우스푸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 아파트 소유자들도 이런 경우가 많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55㎡ 실거래가는 2009년 12월 7억8000만원이었다. 당시 LTV 60%를 적용받았다고 했을 때 4억68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90%였다. 올해 9월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5억5000만원으로 2억원 이상 하락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3.8%선으로 4년 전보다 2.0%포인트가량 낮다. 이 금리를 적용받아 같은 집을 담보로 한 신규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려면 시세 5억5000만원의 60%인 3억3000만원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이자만 갚았다고 했을 때 이 대출자는 차액인 1억3800만원을 한번에 갚아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1억원 이상의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워 기존 대출을 계속 이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고덕동 L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것이 은행 대출이자 갚는 것인데 지금 시중 금리가 연 3%대이지만 아직도 5~6%대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이자 갚아나가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며 "LTV 상한 때문에 낮은 금리로 갈아타지도 못한다며 상담하는 사람이 많고 심지어 고통이 심하다며 우울증에 걸린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하우스푸어 두번 울리는 'LTV규제'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하우스푸어들을 위해 금융위원회가 도입한 제도가 있기는 하다.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을 통해 신규 대출을 받을 때 기존 대출의 LTV 비율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감독규정'을 지난 5월 개정, 시행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조치가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L공인 관계자는 "은행에서 5월 이후 금리를 낮춰주기는 하지만 많아야 0.5%포인트 정도"라며 "5%대 대출에서 연 5%대 또는 연 4% 후반이 되는데 요즘 주택대출금리가 연 3%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 4.7%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이용하고 있는 나도 중도상환수수료 등 때문에 저리 대출로 갈아타지 못하고 있다"며 "집값이 떨어졌다고 대출금리 갈아타지 못하게 하는 것은 갑의 횡포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국회만 바라보지 말고 시행령 규정으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시키고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어차피 은행에서 알아서 조절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어 "금융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집값이 급등하지는 않는다"며 "시장 심리를 개선시키기 위한 방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LTV 등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조심스레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규제 완화로 시장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가계부채 등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LTV 조절은 신중히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