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홍콩과 대만을 넘어 다음 목표 지역은 성장가능성이 큰 동남아시아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의 휴고 바라 수석 부사장(39·사진)은 최근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회견에서 "세계 전역으로 샤오미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다"며 이처럼 말했다.
바라는 "인구 증가율이 높고 중국 문화에 친근한 동남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며 "동남아의 젊은층이 저가 휴대전화에 관심 많은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는 중국 토종 스마트폰 메이커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출범한 샤오미는 설립 3년만에 기업가치가 100억달러(약 11조원)를 넘어섰다. 애플의 디자인과 마케팅을 벤치마킹하고 온라인 판매만 고집하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샤오미의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1년 40만대에서 지난해 570만대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의 3배를 웃도는 2000만대로 예상된다. 지난 3·4분기 샤오미는 중국에서만 스마트폰 510만대를 팔아 두 분기 연속 애플(380만대)보다 앞섰다.
올해 세계가 샤오미에 다시 주목한 것은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사업을 이끌던 바라가 지난 8월 하순 샤오미로 영입된다는 소식이 나온 뒤다.
바라는 2008년부터 5년 6개월 동안 구글에서 근무했다. 그 중 3년간은 안드로이드 제품을 담당했다. 구글을 떠나기 직전 구글의 첫 태블릿 PC인 '넥서스7'을 직접 공개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샤오미로 옮길 것이라고 밝히자 실리콘밸리는 들썩였다. 전문가들은 "바라야말로 구글의 글로벌 노하우를 샤오미에 이식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샤오미는 바라 영입 이후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샤오미는 자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국·대만·홍콩 등 24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여기서 소비자는 샤오미 제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바라는 "중화권 커뮤니티의 회원이 500만명을 넘어섰다"며 "최근 영어권에서도 회원이 10만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샤오미는 원가절감 차원에서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한다. 샤오미의 커뮤니티에서 제품 구매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에 대한 의견도 나눌 수 있다. 이렇게 올려진 고객들의 피드백은 샤오미 상품 담당자에게 전달돼 차기 제품에 반영된다.
그렇다고 샤오미가 오프라인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샤오미의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과 샤오미 판매 매니저, 경영진은 주기적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직접 소통한다. 바라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직접 듣고 같이 게임하고 노래방에도 간다"며 "이런 온·오프라인 소통이 샤오미 매니아층을 두텁게 만든다"고 자평했다.
바라는 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00년 소프트웨어 업체 '로비7'에 입사했다. 이후 음성인식기술 개발업체인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2008년 3월 구글로 옮겼다. 그는 현재 샤오미 글로벌 사업 부문 부사장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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