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노사 협상 타결로 출퇴근 걱정 해소(서울지하철노조-서울시) vs 사상 최장기 파업으로 물류 대란 우려(철도노조 -정부).
최근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는 갈등 현장에서 나타난 대조적인 두 모습이다. 한 쪽은 성공적인 갈등 해소가 이뤄진 반면 다른 한쪽은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져가는 등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각각 두 갈등의 주요 축인 서울시와 정부의 해소 방법의 차이점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소통 리더십과 양측의 갈등 해소 시스템이 이같은 차이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주요 갈등 현안을 비교적 잘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지하철노조와의 갈등만 해도 철도 파업과 연계돼 만약 파업에 돌입했을 경우 가뜩이나 어려워지고 있는 대중교통망에 큰 충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는 지하철노조를 설득해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얻어내는 대신 일정부분 손실 임금을 보전해주는 식으로 타협에 성공했다. 또 지난 8월말 120다산콜센터노조의 파업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승차거부 등 서비스 불만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지난 10월 택시 요금 인상도 비교적 성공적인 갈등 조정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지난 5월 발생한 노량진 상수도 공사장 침수 사건, 7월 방화대교 연결도로 공사 현장 사고, 11월 서울대공원 동물원 호랑이 사육사 사망 등의 각종 사건ㆍ사고 발생 시 유족ㆍ피해자들과의 갈등도 비교적 원만히 수습했다.
반면 정부는 쌍용차 해고자 문제, 밀양 송전탑 사태, 철도 파업 등 커다란 갈등 현안을 맞아 '불통'을 지적받으며 갈등 해소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전교조 법외노조화 등으로 정부가 오히려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양 측의 이같은 차이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양 측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가 발휘하고 있는 소통 리더십의 차이와 현장과의 소통 여부, 갈등 해소 시스템 등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서울시의 경우 박 시장이 직접 갈등 현장을 다니면서 당사자들과 소통하는 리더십이 갈등 해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시장은 취임 후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에 2~3일씩 캠프를 차리고 상주하면서 갈등이 있는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시민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애로점을 경청했다. 각종 사고로 인한 유족과의 협상 과정에선 전담 기술 부서가 아니라 복지 관련 부서에 협상권을 줘 피해자의 보상을 '비용'이 아니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게 했다.
또 지난 1월 출범한 '서울시 갈등관리심의위원회' 등 갈등 해소 시스템의 강화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시가 지난해 9월 제정 공포한 '서울시 공공갈등 예방 및 조정에 관한 조례'에 따라 정책 수립과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구성한 자문기구다.
갈등 사안이 발생한 이후에야 외부 전문가를 초청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정책 시행 과정에서부터 갈등 사전 예방에 나선 것이다. 시는 또 전국 최초로 다양한 갈등 양상을 분석하는 '공공갈등 진단표'를 개발해 님비현상으로 빚어지는 혐오시설 건설, 뉴타운 재개발, 각종 환경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문제 해결을 꾀하고 있다.
측근에 포진한 현장 전문가ㆍ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을 직접 동원해 이해관계자들과 밀접히 소통할 수 있는 것도 박 시장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이번 지하철 노사 협상이 타결된 이면에는 민주노총 정책국장 출신인 주진우 시장 정책특보 등 박 시장 주변의 노동계 출신 인사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뒷받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청와대에는 갈등 해소의 전문가나 현장ㆍ시민사회단체 인사가 거의 없다. 갈등해소를 위해 국민대통합위원회가 구성돼 있으나 지난 1년간 한 일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현재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들의 입장과 다르면 나쁜 사람으로 규정해 대화를 안 하고 공권력을 동원하려는 전형적인 권위주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같은 방식은 지금의 시대에는 더 큰 반발만 불러 일으킬 뿐 갈등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먼저 상대방을 인정하고 현장과의 직접 대화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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