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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대로 '法 해석'…여야 선진화법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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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두고 직권상정, 필리버스터 등 법조항 충돌
-여야, '보고서 채택' '부의' 의미 해석도 서로 달라
-국회선진화법 정쟁 도구로 전락될 우려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 정치권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 적용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야가 '국회 내 불필요한 갈등을 막자'는 국회선진화법의 취지와는 달리 자기 입맛대로 국회선진화법을 해석하는 등 오히려 정쟁을 키우고 있어 '국회후진화법'으로 변질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야는 28일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면서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충돌했다. 첫 번째는 임명동의안 본회의 처리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따른 것이냐 아니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단독으로 열고 경과 보고서를 본회의에 올렸다. 민주당은 이것을 직권상정이라고 주장했다. 여야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강창희 의장이 상정했다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직권상정을 통해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한 것이 아니라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통과시켜 본회의에 올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선진화법 제85조에 따르면 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는 경우는 ▲천재지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에 한해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기한 내에 이유 없이 심사가 종료되지 않을 경우 안건을 본회의에 바로 부의하는 경우 등이다. 어제의 상황이 민주당의 주장대로 직권상정이라면 여당과 강 의장은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또 특위의 '임명 보고서 채택'이란 말은 표결을 정상적으로 치러 법적인 요건을 갖췄다고 봤다. 하지만 민주당은 보고서 채택이라는 것은 여야 합의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단독으로 표결을 진행했으므로 위법이라는 것이다.


'부의'란 말을 두고도 여야는 충돌했다. 인사청문회법 제9조는 '위원회가 정당한 이유 없이 기간 내에 임명동의안 등에 대한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의장은 이를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부의'가 상정을 할 수 있는 요건이라고 봤고, 민주당은 단지 심사만을 할 수 있는 단계로 풀이했다.


두 번째 논란은 '필리버스터' 조항이다. 민주당은 임명 동의안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요청했다. 하지만 강 의장은 임명동의안을 상정한 뒤 "인사에 대한 토론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 게 국회의 관행"이라며 무제한 토론 요구를 거부했다. 국회선진화법 106조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이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이 실시돼야 한다. 강 의장이 국회선진화법을 어긴 것이다. 여당과 국회 사무국은 인사청문회법을 내밀었다. 인사청문회법은 특별법이어서 국회법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법에는 무제한 토론을 허용하는 근거 규정이 없다.


한편, 여야의 국회선진화법 공방은 윤리특별위원회에서도 벌어졌다. 새누리당은 이석기 제명안을 상정해 처리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안건조정위원회로 제명안을 90일간 묶어버렸다. 국회선진화법 57조는 '쟁점 안건에 대해 해당 상임위 3분의 1 이상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신청하면 여야 동수의 위원회가 90일 동안 활동해야 하고, 채택된 조정안은 30일 이내에 표결 처리를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석기 제명안 처리는 90일 뒤로 미뤄져 해를 넘기게 됐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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