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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주의 행복한 다이어트]몸에 좋은 과자는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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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주의 행복한 다이어트]몸에 좋은 과자는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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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라는 우유 광고가 있다. 광고를 보는 순간 바나나의 속살은 원래 하얗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는다. 우리가 이제껏 바나나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노란 바나나 껍질을 연상시키는 바람에 유제품업계는 우유를 노랗게 물들여왔던 것일까? 우유 속에 가미된 맛있어 보이는 선명한 색소가 반드시 나쁜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없던 각종 질병이 발병하는 현대사회에서 가공품에 대한 거부감은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과거보다 먹거리가 풍부해진 시대가 되면서 늦은 저녁 퇴근하시는 아버지의 손에 들린 검은 봉지 속 바스락거리는 과자는 이제 반가움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더욱이 과자가 비만, 고혈압, 당뇨, 아토피 등 여러 질병을 유발시킨다는 발표로 인해 과자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는 젊은 세대는 아이의 간식을 선택할 때 양보다 질을 따져 섭취토록 하는 추세이다. 그러다보니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는 가공품의 대표인 과자는 영양가가 없고 각종 질병을 불러일으키므로 우리 아이들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어머니들이 많아졌다. 따라서 건강한 자녀로 성장시키겠다는 부모들은 과자를 섭취하는 것에 대하여 걱정을 하게 되었다.

패션만큼이나 먹거리도 유행에 민감하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고객의 욕구를 분석하고 이에 맞춰 식품을 개발하지 못하면 식품업체는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과자 파동 이후 과자업계에서 대명사처럼 존재해오던 굴지의 회사도 이러한 고객의 건강 욕구와 시대의 흐름에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발 빠른 대응을 했던 거 같다. 과자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 밀가루와 설탕, 또 나쁜 지방에 온갖 첨가물이 많이 함유되었다는 것에 대하여 고객들의 염려가 시작되면서 오랫동안 사랑 받아오던 과자는 그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졌다. 풍문에 과자나 빵 안의 머시멜로는 지구 한 바퀴를 돌아도 사라지지 않는 고칼로리의 식재료라는 것이 퍼지기도 했다, 물론 과자업계에서 마시멜로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설명해도 그건 과자업계의 아전인수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래서 업계는 트랜스 지방산, 포화 지방산, 설탕, 하얀 밀가루, 각종 인공색소, 인공 감미료, 나트륨을 감소시키고 맛과 영양의 균형을 추구해야했다,


내가 재직중인 학교에서 영양교육이라는 과목을 강의할 때 나는 제자들에게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는 영양사가 되려면 유능한 설계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생애주기별, 질환별로 필요한 영양은 따로 계획되고 디자인되어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광고에서 ‘과자로 영양을 설계하다’ 라는 문구를 보았고, 그 기업의 새로운 발상에 내 가슴은 쿵당쿵당햇다. “건강과 국민의 욕구를 존중하는 제품이라니....” 그 슬로건 아래 개발된 제품은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에게 부담스럽지 않되 바쁜 직장인들에게 식사를 대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과자가 나쁘고, 자연산 야채나 과일이 좋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의 삶에서 작은 기쁨이었던 과자를 먹지 않을 수 없다. 내 아이를 생각한다지만 아이들의 손에는 과자가 떠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기업은 과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싸우면서 과자를 통해 영양과 건강을 제공하겠다는 마케팅을 계획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의아해했던 고객들도 점차 과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나갔고 그렇게 출시되었던 과자는 미각만 즐겁게 하는 간식거리에서 건강을 지키는 과자로 인식되었다. 나도 장을 볼 때면 그 과자를 카트에 듬뿍 담으면서 신뢰에 대한 사소한 기쁨을 느낀다.


‘월레스와 그로밋’이라는 에니매이션에는 달나라로 여행을 간 월레스가 달의 노란 땅을 잘라내어 비스켓에 치즈를 발라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을 본 순간 치즈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쿠키가 몹시 먹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불과 몇 해 전만해도 과자는 영화를 보거나 TV를 보면서 아무런 생각 없이 입맛이 이끄는 대로 섭취했던 우리의 즐거운 먹거리였다. 손님을 맞을 때면 대접하던 쿠키, 주말에 가족끼리 장을 볼 때면 카트 안에 가득 담겨지는 짭짤하거나 달달한 과자는 조금씩 우리의 망설임과 주저함으로 잊혀져간다. 그러나 다시 우리는 믿고 먹을 수 있는 간식, 즐거움을 주는 과자를 원하고 있다. 또한 아버지의 퇴근길에 함께 따라왔던 반가운 선물인 과자 한 봉지를 그리워하고 있다. 자아존중의 대표적인 방법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외모와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듯, 기업이 국민의 건강과 소비자 욕구 존중을 기업의 제1순위 원칙으로 삼는다면 몸에 좋은 과자는 지속적으로 개발될 것이며 그 과자는 다시 국민사랑을 받으며 오랫동안 함께 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먹는 즐거움, 자금도 과자의 잊을 수 없는 그 맛과 추억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전형주 장안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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