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유럽연합(EU)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법인세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애플과 구글을 포함한 IT 대기업들에 대한 조세회피 여론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EU가 본격적인 세재 개혁에 나선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는 우선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의 거래를 규정하는 PSD(Parent-Subsidiary Directive)를 손보기로 했다. 한 회사에 대한 이중 과세를 금지하기 위해 마련된 PSD의 조세남용 금지조약이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 조세회피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실제로 기업의 영업활동이 이뤄지는 국가에서 반드시 해당 기업에 조세를 부과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한 모회사가 다른 국가에 위치한 자회사를 통해 받는 배당금에 면세를 적용받는 등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모회사와 자회사간 '하이브리드 증권' 등 신종증권을 통한 과세 회피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번 개편안에는 신종증권 발행을 통해 자회사가 속한 회원국에서 세금을 면제받기 위해서는 모회사가 위치한 국가에서 반드시 세금이 부과되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또한 세금이 없거나 낮게 내는 국가에 서류상 회사를 설립한 뒤 수익을 이전하는 등 회계를 조작해 탈세하는 기업을 근절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동안 법의 허점을 피해 조세회피를 해온 기업들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유럽의회(EC)의 조세담당관인 알기르다스 세메타는 "EU의 조세법은 회원국끼리의 이중과세를 막는 등 기업들이 더 나은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며 "그러나 다양한 분야에서 조세회피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조세법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개정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인세 개편을 통해 기업들 사이에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게 하고 회원국 정부에게는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인세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EU회원국들이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효율적인 행동지침'을 마련하기로 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EU는 올 연말까지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개정안 통과를 위해서는 28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을 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 두 곳만이 조건부 승인 의사를 표시하고 있어 개정안이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