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사모님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을 샀던 영남제분이 극적으로 상장폐지를 모면한 후 힘있는 사외이사 모시기에 나서 관련업계의 눈총이 따갑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남제분은 지난 21일 주주총회소집결의 정정공시를 통해 다음달 10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차왕조씨를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남제분 측은 "기업투명성 제고 및 내부통제제도 개선을 위한 사외이사 1명 추가 선임의 건"이라고 설명했다.
차왕조씨는 옛 재정경제부 인사운영팀장 출신으로 한국거래소에서 유가증권시장본부와 경영지원본부 상무를 지냈다. 김봉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집행간부 18명에게 일괄 사표를 받아 거래소를 떠난 이후에는 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으로 자리를 옮겨 전무를 지냈고 딜로이트컨설팅 자문위원을 거쳐 최근에는 우리종합금융의 감사위원을 지냈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은 최근 영남제분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것과 개연성이 높아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영남제분은 류원기 회장이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으로 인해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중인 전 부인, 윤길자씨가 형집행정지를 받을 수 있도록 허위진단서를 꾸미는 과정에서 77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상장폐지 문턱에 몰렸었다. 류 회장이 횡령 및 배임혐의로 구속기소되자 지난 9월17일부터 주권거래가 정지됐고 지난달 14일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오너의 도덕성 때문에 회사가 존망 위기에 처하면서 연초 2800원대였던 주가 역시 반토막났다.
지난달 말 극적으로 상장폐지 위기를 모면하긴 했지만 영남제분에게는 자칫 나락으로 떨어질 뻔 했던 기억이 쓰라릴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상장 유지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거래소 전직 임원을 서둘러 사외이사로 모셔가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윤식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박사는 "대표이사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뽑다보니 사외이사가 기업 투명성을 꾀한다기보다 회사 로비창구나 방패막이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는 사외이사들의 책임감 고취를 위해서 회사의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대해 사외이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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