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주식회사 일본’의 최근 분기 실적이 두 배로 급증했다. 과감하게 공장 문을 닫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순익이 크게 늘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일본의 비금융 상장사 1280곳의 24분기(7~9월) 순익은 5조5000억엔(58조2835억원 상당)에 달했다. 1년 전 2조2500억엔에서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2010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이같은 실적 개선은 기업들의 비용감축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7만1000명의 인력 감축에 나선 파나소닉과 생산비 절감을 위해 공장을 멕시코로 옮긴 마쓰다 자동차, 새로운 공장 설립을 중단한 도요타 자동차 등의 순익이 크게 늘었다.
엔화 약세도 기업들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요인이지만, 자산 매각과 수익성이 악화된 사업 정리를 거부한 소니의 초라한 실적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즈호 리서치 연구소(Mizuho Research Institute)의 스기우라 테츠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가 시작되기 전부터 비용감축에 나선 기업들의 순익이 급증했다”면서 “과거 일본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부실사업 정리나 인력감출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파나소닉은 가장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주력 사업을 소비 가전제품에서 태양광 패널과 베터리 등 대안 전력제품으로 변경했다. 소니와 샤프와 함께 한 때 텔레비전 산업을 이끌던 파나소닉은 지난 3월 프라즈마TV 사업을 과감하게 접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취임한 쓰가 가즈히로 사장은 수익성이 전혀 없는 스마트폰과 플라즈마T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 2011년부터 구조조정에 나선 파나소닉은 내년 3월 종료되는 이번 회계연도 순익이 1000억엔(1조59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쿄 소재 타카기 증권의 유자키 사토시 부장은 “파나소닉이 구조개혁에 나선 만큼 회복의 길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생산공장을 대거 정리한 샤프는 2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샤프는 지난날 엔화 약세와 비용 감축에 힙입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일본 최대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도 마찬가지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지난 3월 대대적인 사업 개편에 나섰다. 도요타는 이번 회계연도 순익 전망치를 전년대비 13% 증가한 1조6700억엔(17조6919억원 상당)으로 올렸다.
도요타는 2분기 순익만 일년전보다 70% 급증한 4380억엔을 기록해 일본의 5개 자동차 회사의 순익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도요타는 올해초 과잉설비를 막기 위해 3년간 신규 공장 개설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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