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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불편한 진실'에 입 다문 대우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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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지난 8일. 퇴근길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다음주에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갖고자 하는 데 참석해주실 수 있는지요" 주최자는 대우조선해양 홍보담당 이 모 전무였다. 이른바 김연아 목걸이로 알려진 '납품비리'사건이 터지자마자 이 전무는 두문불출해왔다. 납품비리사건 당시 그가 조달부문장을 맡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검찰이 기소한 14명의 대우조선 임직원 중 절반이 이 전무가 맡았던 조달부문 소속이었다. 그랬던 그가 오찬을 자처했다니 궁금증이 일었다. 무슨 말을 할까.


간담회를 이틀 앞둔 11일 오전.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특별히 발표할 사항이나 현안에 대해서 말할 것도 없습니다"는 홍보팀의 친절한 설명이었다. 그러다 3시간 뒤에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죄송합니다만 다과회 건은 연기하고자 합니다. 명쾌한 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현안에 대해 질문할 수 없는 오찬이라면 취소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회사측이 애써 '다과회'로 의미를 축소하는 것은 그냥 넘기기엔 씁쓸함을 넘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이번 일은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임원 일괄사표 해프닝과 판박이다. 고 사장은 지난달 납품 비리의 책임을 물어 부사장과 전무, 상무 등 임원 60여명의 일괄사표를 받았다. 이에 회사측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렇게 논의했을 뿐"이라며 부인했다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뒤늦게 "임원들이 일괄사표를 제출했다"고 시인했다.


오찬 취소 해프닝은 대우조선해양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사에서 납품비리가 터졌지만 당사자들의 사법처리 외에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불편한 질문을 받을 바에는 그냥 침묵하겠다는 속내마저 읽힌다. 대우조선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배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마저 잊어버린 것일까.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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