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건설사, 새 먹거리 찾기①]호반건설 ‘판교 아브뉴 프랑’
건설업 위기가 재부각되고 있다. 일감은 줄어든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시킬 법안은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대규모 부정당업자 제재처분까지 겹치며 '트리플 악재'에 빠져든 건설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휘청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건설사들의 새로운 영토 확장 의지는 예전보다 매섭다.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업무를 끌어오면서 시장위축 속에서도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고 스스로 먹거리를 창출하는 건설사들의 선도적 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동판교 중심 상업지구에 자리잡은 '아브뉴 프랑(Avenue France)'. 평일인데도 이곳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판교 내 첫 '스트리트몰(거리를 따라 상점들이 늘어선 형태의 쇼핑몰)'에 젊은이들이 몰린다. 20~30대의 트렌드 세터(trend-setter)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만 입점시킨 전략 마케팅이 통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곳은 호반건설이 자체사업으로 건설한 주상복합 '서밋 플레이스' 안의 상가다. 일반적으로는 상가를 일반인을 대상으로 분양하지만 호반건설은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건설사가 상가를 직영하면서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나선 셈이다.
'시공 후 분양'이라는 고전적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상가를 활성화시켜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겠다는 방안은 최종만 호반건설 사장이 제안한 생존 전략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대형사들과 경쟁해 분양시장에서 쌓은 수익으로 먹거리 확보에 나선 것이다. 손종달 이사는 "일반적으로 쇼핑몰이 개장 후 활성화하기까지 반년 이상 걸리는 데 비해 이곳은 오픈 후 3개월여만에 판교 내 명물로 자리잡았다"며 "건설사가 추진한 가장 성공적인 복합형수익사업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말했다.
'아브뉴 프랑'이 호반건설의 새 수익원으로 안착할 수 있던 배경은 사업 추진에 앞서 체계적으로 준비를 한 덕분이다. 호반건설이 2011년 만든 복합개발부의 첫 번째 사업으로 2년여간의 사전 준비를 통해 개발 콘셉트 및 통합 MD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건축ㆍ디자인ㆍ인테리어 계획안에 각각 반영했다.
'아브뉴 프랑'같은 설계안은 판교 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대표적인 스트리트몰에서도 찾기 힘들다. 2만7544㎡ 공간에 지하1~지상3층으로 1층의 경우 200m 전면 길이를 활용, 내부 스트리트를 조성했다. 이어 좌, 우측에 수평적 테마거리, 광장, 테라스형 상가, 야외 쉼터 등을 배치해 마치 외국에 있는 듯 한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현재 입점한 상가들은 '브랜드, 임대조건, 시장의 평가'라는 호반건설이 제시한 3대 조건을 모두 갖췄다. 이 결과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F&B(식음료)가 테마로 정해졌고 CJ계열 4대 브랜드(빕스ㆍ차이나팩토리ㆍ제일제면소ㆍ올리브영)와 강남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SG다인힐 3대 대표 브랜드(투뿔등심ㆍ붓처스컷ㆍ블루밍 가든) 등이 들어섰다.
최형신 호반건설 사업관리팀장은 "까다로운 심사에도 현재 72개 상가가 주인을 찾았다"며 "전체 76개 중 4곳이 리모델링 중인 점을 감안하면 4개월여만에 국내 대표 브랜드들이 모두 들어선 셈"이라고 설명했다. 조기에 상가가 제모습을 찾으며 방문객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평일 출차되는 차량만 1100여대, 주말에는 최대 1800여대까지 늘어난다. 방문객수로 계산하면 7000~8000명, 최대 9000명까지 다녀간다는 게 최 팀장의 설명이다.
호반건설은 판교 아브뉴 프랑의 성공에 힘입어 오는 2015년 신분당선 경기도청역(가칭) 인근에 아브뉴 프랑 2호점인 '광교 아브뉴 프랑'을 개점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광교 아브뉴 프랑은 판교점의 네 배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다. 손 이사는 "주택 부분에 대한 사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아브뉴 프랑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오피스 빌딩 등 새로운 건설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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