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찾아주기 실험' 자유학기제 시행중인 삼각산중학교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박주형 인턴기자]"이번엔 옆에 있는 친구 얼굴의 특징을 살피고 그려보세요."
지난 17일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삼각산중학교. 미술 교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옆 자리에 앉은 친구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아이들은 친구 얼굴을 뜯어보며 "너 코에 점 있다", "웃을 때 보조개 들어가네?", "입이 돌출됐다" 등의 말을 주고받았다. 관찰을 끝낸 아이들은 한 손에 파스텔, 색연필, 연필을 들고 친구 얼굴을 쓱쓱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손에 검댕을 잔뜩 묻히고 그림을 그리고 있던 최유미(14)양은 "사소한 것이지만 그동안 친구의 몰랐던 점을 발견해 친구와 더 친근해진 기분이 든다"며 "학교에서 공부 이외에도 제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는 시간이 있어서 정말 좋다"고 눈을 반짝였다.
지금 이 학교에선 자유학기제란 이름으로 '아이의 꿈 찾아주기 실험'이 한창이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학생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수업 방식을 학생 참여형으로 전환하고 진로탐색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제공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핵심 교육공약 중 하나로 올해부터 42개 학교가 시범 운영하고 있다. 내년엔 40개 학교가 이를 도입해 시행할 예정이며 2016년 3월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실시된다.
같은 시각, 옆 교실에선 아이들이 통기타 연주에 푹 빠져 있었다. 12명의 학생들은 악보를 펼쳐놓고 코드를 잡느라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이어폰을 꽂고 발로 박자를 맞춰가며 연주에 열중해 있던 설준영(14) 군은 기타 마니아.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학교 가랴, 학원 가랴 기타 잡는 시간이 확 줄어들었다. 설 군은 "기타 학원에 따로 다니지 않고도 기타를 배울 수 있어서 좋다"며 "수준에 맞는 기타연주법을 배울 수 있어 수업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 웃어 보였다.
통기타 수업에 참가한 학생은 수준 별로 연주곡을 달리해 연습한다. 연주곡은 동요부터 최신 가요까지 다양하다. 록의 대부 신중현의 곡을 연습곡으로 선택한 학생도 있었다.
"다른 중학교 학생들이 중간고사 보는 기간에 우리는 외부로 직업체험학습을 다녀왔어요."
이 학교에서 교육연구부장을 맡고 있는 박형곤 선생님은 자유학기제 이후 달라진 교실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학기부터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실시한 삼각산중학교는 주 23시간의 기본교과과정 이 외에도 체육 예술, 진로관련 교과 및 기타활동 11시간 등 총 34시간으로 한 학기 시간표를 짰다. 자유학기제 때 운영되는 통기타 연주, 디자인, 만화·사진, 공예, 요리, IT 전문가 등 6개 반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었다.
처음 이 학교가 자유학기제 추진 계획을 밝혔을 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절대 안 된다"며 반대했다. 책가방에 교과서 대신 스케치북과 악보를 넣고 다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랬던 여론은 지난 7월 열린 '학부모설명회'를 통해 점차 누그러졌다. 학무모들 앞에서 "기본교과과정을 보다 더 효과적으로 학습시키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절반이 넘는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박 선생님은 "지금 교과서로 얻는 지식 한 두 가지보다 한 학기 동안 진로를 고민하며 또렷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학생들의 미래를 바라볼 때 자유학기제 시행 전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기말고사가 없어졌기 때문에 학교 측은 수업활동을 정리한 포트폴리오와 자기성찰평가, 형성평가, 발표, 서술·논술형 활동 등을 통해 아이들을 평가한다.
이 학교 김학규 교감은 "이번에 자유학기제가 첫 시행됐고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단기간 가시적인 결과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학생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성과"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박주형 인턴기자 victoryj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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