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의 최대의 과제는 '투자자 피해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하느냐'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저에게 있어서 경영권 유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며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생각도 없었습니다.(중략) 은행권과의 대화는 법정관리 하에서도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하겠습니다. 이번 사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기업어음(CP) 전체의 차환이 은행의 협조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면 저와 동양이 마지막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걸고 지금도 변함없이 해결에 나서겠습니다. CP 전체 차환의 규모는 분명 저희 일부 우량 자산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규모라고 믿습니다. 이와 관련된 모든 일에 제 역할이 없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저의 책임을 물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3일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중 일부)
현 회장이 법정관리의 불가피성, 투자자 피해 최소화, 책임 시기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이를 언론을 통해 접한 직원들과 투자자들의 반응은 격앙됐다. 사태 이후 회사의 공식 입장을 전달받지 못한 임직원들과 투자자들은 배신당한 느낌이라며 현 회장을 성토했다.
직원들과 투자자의 성토를 현 회장 이메일에 대한 답신이라는 가상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 직원1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것만 생각했다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대신 채권단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택했어야 하는 게 아닙니까.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투자금의 절반을 겨우 돌려받을까 말까 하는데 어떻게 법정관리가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란 말인지…결국 투자자 피해를 양산했다는 비난에 대한 변명 아닙니까?
#직원2
결국 경영권을 놓지 않겠다는 얘기 아닙니까. 정말 경영권을 포기할 거라면 뒤에 숨어서 입장을 밝히기 전에 향후 사태 수습은 법정관리인에 맡기고 당장 오너 일가가 모두 사퇴하는 게 먼저였을 것입니다.
#직원3
제주지점의 직원이 자살까지 한 마당에 그런 해명은 지금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절대 법정관리에 들어갈 일은 없다는 경영진의 말을 믿고 계열사 CP를 판매한 우리들은 이미 고객들에게 사기꾼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정말 투자자들과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사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제주지점 직원의 조문은 어떻게 할 생각인지 묻고 싶습니다.
#직원4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이 지경이 되도록 도대체 경영자로서 무엇을 하신 건가요? 지난해 말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뒤에도 주요 사업 매각이 지지부진했던 건 집착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요? 임직원은 배제한 채 기자들에게 전후 상황을 설명한 것은 결국 이번에도 언론플레이 하겠다는 의도 아닙니까?
#동양시멘트 회사채 투자자 D씨
일부에서는 우리를 투기꾼으로 몰고 있는데 연이자 7% 때문에 투기를 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우리는 투기꾼이 아니라 감언이설에 속은 피해자입니다. 위험하다는 말을 한번이라도 들었으면 절대 손대지 않았겠죠. 정부는 이번에도 개인 손해가 불가피하다며 똑같은 말만 반복합니다. 항상 서민만 죽어갑니다.
동양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임직원들과 투자자들의 눈은 현 회장에 쏠리고 있다. 임직원과 피해자들의 격앙된 요구에 이제는 현 회장이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놔야 할 시점이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