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미국 경기 지표격인 말 산업이 살아나고 있다. 최대 1억원을 호가하는 좋은 말은 사육하는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들고 수요자들도 소득에서 생활비와 보험 등을 뺀 재량소득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말 산업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캔터키주 렉싱턴에서 12일간의 일정을 마친 한 살짜리 순종 말 경매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번 경매에는 3908마리가 매물로 나와 2800여마리가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총 판매금액은 2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8마리는 마리당 무려 1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다주었다. 평균 매매가격도 2008년 수준을 능가하는 것은 물론 지난 12~15년 사이에 유례를 보기 드물 만큼 성황을 이뤘다고 참여자들은 입을 모았다.
캔터키 대학 농경제학과의 C.질 스토우 부교수는 "말 산업은 이따금 경기상태를 2년 뒤에 반영하는 지표로 쓰인다"면서 "경마산업을 측정하려면 매매 숫자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
말산업 활기는 경마로 사람들이 다시 몰리는 것과 때를 맞췄다. 미국에서 경마는 2006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우승마 상금도 2008년부터 하락했다.그러다가 우승금은 2011년 회복되기 시작해 지난해 전년 대비 6% 증가한 11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덕분에 금융위기 이후 힘든 시기에 살아남은 말 사육 농가는 과실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한 살짜리 말의 공급이 준 반면, 수요는 늘고 있어 값이 오르고 있어 재미를 본다는 뜻이다.
경마와 말사육 관련 단체인 '자키클럽'에 따르면, 2008년 이후 경기침체로 말 농가들이 사육두수를 줄인 탓에 2012년 현재 미국 전역에서 등록된 망아지는 2만1275마리로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 연평균 3만5000마리에 비하면 약 38%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이러니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캔터키주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2년 동안 미국 전역에서 한 살짜리 망아지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뉴욕주 사라토가에 있는 경매회사 패시그 팁톤사의 8월 경매 실적에 따르면, 평균 가격은 지난 1년 사이에 평균 16% 올랐다.
플로리다 주의 주요 경매회사나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및 기타 주의 소규모 경매회사들의 말 매매가 늘어 매출도 크게 신장됐다. 패시그 팁톤사의 지난 2월 캔터키주 말 경매가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239% 증가했다.
미국 업계는 한 살 순종마 시장의 활황이 앞으로 암말 매매에 영향을 미치고 마지막으로 씨말시장에도 좋은 영향을 주어 올 가을 킨랜드 등지에서 열릴 경매에서도 경매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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