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에 달하는 과도한 공사 비용, 친환경적이지 않은 공사 방식, 졸속 추진.. 학내 우려 목소리 높아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연세대의 상징이자 민주화 운동의 역사가 서린 '백양로'. 연세대 정문부터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이 백양로 지하와 지상에 새로운 공간을 짓겠다는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가 거센 논란을 빚고 있다. 난개발과 과도한 예산 소요, 향후 주차장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것 등에 대해 학생·교수들의 우려가 커지고 온·오프라인에서는 반대 서명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는 당초 2만여평을 재개발해 '차없는 백양로'를 만들어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지하 1·2층은 편의·교육·연구·주차시설로 쓰고 지하 3·4층은 주차시설로 쓸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안은 4번이나 변경됐고 결국 공간 전체의 70%가 주차장으로 쓰이는 것으로 바뀌었다. 총 1050대의 주차공간 중 800대는 연세대 의료원에 할당될 예정이다. 또 백양로 재개발에 반대해 온 신촌상인들에게 야간과 주말에 할인된 가격으로 주차장을 제공하기로 결정됐다.
이같이 변경된 계획에 대해 학생과 교수들은 반발하고 있다. 재학생 우 모씨는 "주말에 신촌을 방문하는 일반인과 병원 고객 때문에 캠퍼스 학습 분위기가 상당히 저해되고 하교시간에는 엄청난 수의 자동차들과 씨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900억에 달하는 공사 비용도 논란이다. 연세대 측은 순수하게 교비를 사용하지 않고 '모금'방식으로 900억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900억이란 돈을 백양로 개발에 쓰기보다 더 시급한 일에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즉 교수 인원과 강좌 확충, 장학금 재원 마련 등 당장 학생 복지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배정된 5300억의 예산에서 장학금을 위한 예산은 3000억밖에 확보가 안됐다. 나머지 2300억원은 다른 곳에서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백양로 개발에 거액을 쓴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환경 공간'을 창조하겠다는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의 공사 방식이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하 내 굴착 방식이 아닌 지상에서 파헤쳐 내려가는 공사로 인해 평지의 80% 이상이 파헤쳐져 오래된 나무가 뽑히는 등 캠퍼스 중앙은 '공사판'으로 변했다. 대학 측은 백양로의 상징과도 같은 나무들을 다른 곳으로 이식하겠다고 했었지만 실제로는 이식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잘려져 나갔다. 현재 연세대 교수 20여명은 유일하게 남은 은행나무 앞에 천막을 치고 불침번을 서면서까지 이 나무를 지키고 있다.
학내 반대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현 총장 임기 내에 개발을 졸속 추진·완료하려 한다는 비판에 학교 측은 "총장이 단과대를 돌아다니며 교수·교직원들로부터 인정받은 사업인데 일부 교수들이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지난 2년여간 거쳐 온 논의과정을 무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연세 캠퍼스를 사랑하는 교수들의 모임' 소속 서길수 경영대 교수는 "개발 계획안이 4번 바뀐 후 대부분의 평교수들은 올해 3월에 나온 최종안의 내용을 몰랐다. 그나마 교수들이 최종안의 문제점을 깨닫고 공청회를 요구하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학교 측과 논의하려 했지만 무시당했다"며 "학교 측은 실질적은 의견 수렴은 하지 않고 형식적인 회의만 개최해 의견 수렴을 한다는 시늉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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