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죄 혐의 확정 땐 당 존립 위태
법무부, 해산 청원 법리검토 중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끝없는 '종북 논란'에 휩싸여온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죄 혐의로 벼랑 끝에 몰렸다. 당의 주축세력으로 주목돼온 경기동부연합은 그동안 실체 없는 '그림자 조직'으로 존재했으나 이번 혐의가 확정될 경우 통진당은 존립 자체가 흔들릴 전망이다
통진당 이정희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진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청와대와 국정원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희대의 조작극, 이석기 겨냥 진보당을 해산시키려는 정치모략을 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통진당 당직자 40여명은 전날 이 의원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막기 위해 밤늦게까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했다.
통진당의 위기는 19대 총선 비례대표 의원 경선과정에서 부정 투표가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좌파 진영에서조차 크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이 의원이 비례대표 선출 투표에서 몰표를 받아 국회에 입성한 것이다. 통진당은 부정경선에 대한 의혹에 휩싸정고 온라인 중복투표 등이 저질러진 것이 적발됐다.
이 때 이 의원의 조직으로 알려진 것이 바로 '경기동부연합'이다. 통진당은 부정선거 여파로 경기동부연합이 주축이 된 당권파와 국민참여당ㆍ진보신당 계열이 뭉친 비(非)당권파가 일전을 벌였다. 지난해 5월 당 중앙위원회에서는 급기야 폭력사태까지 발생했다. 이후 비(非)NL(민족해방) 계열이 당권을 잡고 이 의원과 김재연 의원을 제명하려 했으나 NL계열이 강경하게 저항하며 이 의원을 지켜냈다. 결국 그해 9월 심상정, 노회찬 의원과 유시민 전 공동대표 등이 탈당하면서 통진당은 사실상 '경기동부연합당'이 됐다.
운동세력내 NL 계열인 경기동부연합은 1990년대 재건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출신 인사와 경기 동남부지역 학생운동 인사, 성남 재야인사 등을 가리킨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따르는 주체사상파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이들은 2000년대 제도권 정치 참여를 목표로 정당에 입당하는 등 적극적인 정치 행보로 PD(민중민주)계열 운동권과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 현재 경기동부연합은 경기동부 지역에 남은 NL세력이 이룬 진보진영 네트워크를 뜻하며, 통진당 모태가 된 민주노동당내 주축세력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기동부연합의 성격 때문에 통진당 의원들은 '종북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기동부연합은 민노당 때부터 당내에서 패권을 휘두르며 북한 정권에 우호적인 태도로 일관했는데 2006년 북한 핵실험 당시 당이 유감 성명을 발표하려 하자 무산시켰고, 당원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일심회' 사건이 2008년 대법원에서 유죄를 받은 뒤 당이 이들을 징계하려 할 때도 저지시킨 바 있다. 공식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것도 거부해 정체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의원은 경기동부연합의 '브레인', '자금줄'로 지목돼왔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CNP 전략그룹의 광고기획사 수익도 경기동부연합의 조직비용으로 썼다는 의혹이 있다.
법무부는 통합진보당 해산 청원을 받고 법리검토를 진행 중이다. 법무부 국가송무과는 올해 4월과 5월 시민단체 국민행동본부 등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청원서를 법무부에 제출함에 따라 타당성 등을 놓고 법리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야는 오늘도 이번 '통진당 사건'에 대한 공방전을 이어갔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29일 '내란음모' 혐의로 국정원 수사대상에 오른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해 "떳떳하다면 수사에 임해서 혐의를 벗으면 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정기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에서 입장을 밝혔다.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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