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주식형 펀드, 연초 대비 자금유입 9배 증가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유럽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고유계정을 통해 자본투자에 나서는 일반법인들도 합세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전략이 연내 시행될 것으로 보이면서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그동안 외면받던 유럽 시장으로 차츰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7일 현재 주로 기관과 법인자금을 대상으로 하는 F형과 I형 클래스 펀드는 총 122개, 2조2591억원이 설정됐다. 이 중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선진국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형펀드는 8개로 설정액 339억원을 기록 중이다.
기관이 북미와 일본 지역 등에 투자하는 자금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지만 연초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자금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기관·법인이 투자하는 유럽주식형 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 3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인도(606억원)나 동남아(233억원)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에 훨씬 못미치는 규모다. 그만큼 기관이나 법인이 유럽지역을 주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36억원으로 증가하는데 그친 유럽주식 펀드는 8월 들어 신규 설정과 자금유입이 늘며 300억원을 넘어섰다. 연초 대비 841.7% 증가한 수치다. 이에따라 F·I클래스 전체 펀드에서 유럽지역 펀드 설정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말 0.14%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50%까지 늘어났다.
개별 펀드로는 '피델리티유럽자(주식-재간접)I', '슈로더유로자A(주식)종류F'를 비롯해 8월 신규 설정된 'JP모간유럽대표(주식-재간접)C-F'에 각각 1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아시아와 글로벌신흥국 펀드에서는 1231억원의 자금이 인출됐다. 중국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도 7월말 기준 9241억원에서 현재 9081억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맥이 빠지고 있는 신흥국 시장과는 반대로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유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기관이나 법인도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익률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 이후 '도이치DWS유럽자(주식)Class C-I'(12.99%), '하나UBS Europe자 1[주식]ClassCF'(11.87%), '신한BNPP봉쥬르유럽배당 자(H) 2[주식](종류C-I)'(7.87%) 등이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유럽지역이 아직 큰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한 상황이지만 경기회복세 및 긍정적인 기업 실적 등을 주시하던 기관 및 발빠른 투자자들은 비중을 점차 늘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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