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올해 초만해도 글로벌 경제의 최대 걱정꺼리는 미국의 재정절벽과 유로존 부채위기, 중국의 경착륙이었다. 투자자들은 이들 선진국 경제가 무너질 경우 전세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세웠다. 하지만 복병은 따로 있었다. 이번 주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에서 줄줄이 외환위기 징조가 나타난 것이다. 화폐가치는 곤두박질하고, 국채수익률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영국의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신흥국의 금융 혼란의 여파로 유로존 주변국 국채시장에서 ‘팔자’ 행렬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타임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RFB)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신흥국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연준이 양적완화(QE) 단계적 축소 계획을 밝히면서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금유출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경기부양을 위해 연준이 시중에 대규모로 돈을 풀자,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찾아 신흥국으로 몰려갔다. 하지만 QE 출구전략이 나오면서 미 국채금리가 오르자,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 안전한 미국 시장으로 돌아갔다는 설명이다.
외자 의존도가 높았던 국가일수록 리스크는 컸다. 인도의 경우 외국자본에 의지해 경제를 성장시킨 국가다. 지난해 경상수지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었다. 인도는 최근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고, 10년물 국채수익률이 10%에 근접해 5년만에 최고수준까지 올랐다.
타임스는 이같은 금융혼란이 벤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거론 이후 외국자본이 빠져나간 탓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를 비롯해 브라질과 러시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 채권펀드는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발언이 나온 지난 5월22일 이후 3분의1 가량 줄었다.
경상수지 흑자 국가들도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타임스의 지적이다. 신흥시장 펀드 매니저들이 갑작스런 자금 유출에 따라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양질의 자산을 팔아치우는 만큼 다른 지역에서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은 이번 신흥국 금융위기로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만큼 신흥국발 금융위기가 유럽으로 전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타임스는 "아직까지 유로존의 국채금리가 안정적인 이유는 변덕스러운 투자자들이 이미 시장에서 떠났기 때문"이라며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가 아직 시작단계인 만큼 QE축소의 후폭풍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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