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오늘 긴급 당정협의에서 전ㆍ월세난 대책을 논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전ㆍ월세 문제로 서민과 중산층의 고통이 크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함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겨울 전세를 여름부터 찾으며 집도 보지 않고 계약금을 미리 내는 '묻지마 전세'까지 등장한 판에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당정이 급히 움직였다.
그동안 정부가 손 놓고 있진 않았다. 여러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일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늘어난 전세자금 대출한도가 되레 전셋값을 올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기업인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 발급으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 수준인 4% 안팎으로 낮은 데다 최대 2억22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어 여력이 있는 고소득 세입자들까지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 가격과 규모, 소득수준 등을 따져 보증서를 발급함으로써 고액 전세 세입자에게까지 혜택을 주는 경우를 차단해야 한다.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소득과 전세금이 많을수록 높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고소득 세입자의 주택구매 수요를 자극할 필요가 있다. 전세금 3억원 초과주택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검토하자.
집값이 하락세이고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전셋집의 월세 전환을 인위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전세 중심의 대책을 월세로 전환할 때다. 연 300만원 한도에서 월세의 50%를 소득공제해 주는 월세 세입자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늘릴 필요가 있다. 전ㆍ월세난은 단순 주거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전셋값이 치솟으면 가계의 소비여력을 감퇴시켜 내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은 전셋값이 1% 오르면 민간소비가 단기적으로 0.37%, 장기적으론 0.18%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주거복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박근혜정부가 지향하는 중산층 70% 복원은 불가능하다. 민생과 현장을 그리 강조하면서 대통령이 지시해야 움직이는 행정부처의 행태로는 뒷북 대책만 양산할 따름이다. 전세에서 월세로 급전환하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맞춤대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치권도 나서야 한다. 4ㆍ1 부동산대책 중 아직 처리하지 않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 민간 임대를 활성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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