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잔고 54조원, 6년새 25% 줄어..
수익률 부진 판매처 은행권 외면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적립식펀드 판매창구가 줄어들면서 금융투자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전체 판매 비중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며 효자상품 노릇을 하던 적립식펀드는 수익률 부진으로 원금손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판매처에서도 불청객 대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적립식펀드의 판매잔고는 54조7552억원으로 총 782만개의 계좌가 설정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5% 정도 감소했다. 판매계좌 수도 큰 폭으로 줄었다. 2008년 적립식펀드로 설정된 계좌는 전체의 62.5%를 차지하며 1500만개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현재는 절반가량으로 줄어 50.6%에 머물러 있다.
한때 서민 재테크의 주요 수단으로 인식되던 적립식펀드는 증시가 횡보를 거듭하면서 기대수익률을 내지 못하고 주요 판매처인 은행권도 비중을 점차 줄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다.
절대적인 판매 비중을 자랑하던 은행권의 잔고비중은 현재 65.88%로 2008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개설계좌 비중 역시 7%포인트 가까이 준 68.65% 수준으로 같은 기간 은행권에서만 이탈된 계좌가 648만개에 육박한다.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 모두가 적립식펀드 판매계좌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몇몇 증권사를 중심으로 비중을 높이고는 있지만 전반적인 감소세를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적립식펀드를 선호하는 고객 자체가 많이 줄었고 펀드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들이는 시간 대비 성과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굳이 권유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적립식펀드보다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적은 적금이나 보험 등의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박스권 기준 자체가 낮아져 있어 이제는 조금만 장이 올라도 차익실현을 위해 나가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고 적립식펀드도 예외가 아니다"며 "이탈고객을 채워줄 신규고객의 유입을 가능하게 할 요소가 딱히 없어 판매처의 관심도 자연히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에서 장기세제혜택 펀드가 도입되는 등의 변화가 있다면 적립식펀드로 투자자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