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법정관리에 브랜드 바뀌어…"집값 달라지는데" 입주자 반발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주택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건설사가 잇따르면서 공사도중 시공사가 바뀌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집값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와 입주 예정자간에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5일 대한건설협회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2013년 시공능력평가기준 상위 100개사 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는 21곳에 달한다. 5개 업체 중 1개는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란 얘기다.
이처럼 분양 당시 시공계약이 해지되고 시공사가 바뀌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한 예로 2011년 시공사를 선정했던 한 지역주택조합의 아파트는 최근 시공사가 바뀌었다. 최초 시공사였던 S 건설사가 올해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공사가 중단됐고 조합은 지난 5월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시공사는 시공 입찰에 참여했던 경남기업으로 바뀌었다.
비슷한 사례로 종로에 들어서는 도시형생활주택도 시공사가 바뀌었다. 처음 시공사로 선정된 W 건설사가 작년 6월 자금난에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다. 시공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어려워지자 시행사인 한국토지신탁은 결국 시공사를 중흥건설로 바꾸었다.
시행사가 시공사 법정관리행으로 중간에 시공사를 변경하는 것은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서다. 시공사의 신용도가 떨어져 자금조달이 안되면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늘어난 기간만큼 이자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시공사 사정으로 공기를 어기는 것도 채무 불이행의 하나이므로 계약상 해지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시공사의 부도로 중간에 바뀐 경우도 있다. 바로 '돈암동 신일 해피트리'다. 시행사가 2009년 분양당시 선정한 시공사 순영종합건설을 2011년 신일로 바꿨다. 해당 건설사의 경영사정이 열악해져 부도 위기에 놓이자 시공사를 교체한 끝에 '코아루 더 클래식'이 '신일해피트리'가 됐다.
아파트 브랜드가 집값 상승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시공사 변경은 입주 예정자들에게 극히 민감한 사안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이후 분양보증사고 등 시공사를 교체하는 경우가 늘면서 수요자들은 메이저 건설사를 선호하게 됐고 건설사들이 재개발, 재건축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경우도 늘었다"며 "분양보증제도가 있어서 돈을 떼이지는 않겠지만 브랜드를 믿고 분양받았는데 공사 도중 브랜드가 변경되거나 입주가 지연되면 수분양자들의 자산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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