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치켜세운 기업, 알고보니 '개미무덤'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 구채은 기자]# 2009년 10월 우회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네오세미테크는 등장부터 퇴장까지 화제를 몰고 다녔다. 네오세미테크는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줄줄이 방문해 차세대 녹색기업이라고 치켜세운 덕에 한때 시가총액 7000억원에 육박하며 '태양광 유망주(株)'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분식회계, 경영진 횡령 등 온갖 비리는 오래가지 않아 드러났다. 특히 매출처는 임직원들과 관계된 업체로 대부분 분식회계를 위한 허위매출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외공급계약 역시 관계사를 통해 수출했다가 네오세미테크가 재구매하는 방식으로 실 매출은 없었다.
결국 네오세미테크는 3개월 동안 퇴출을 유예받고도 11개월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네오세미테크로 손실을 입은 소액투자자는 7000여명, 1인당 피해 규모도 평균 3500만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 네오세미테크 투자자는 금융감독원 게시판에 “정부가 인정했던 기업에 투기가 아닌 투자를 했을 뿐”이라며 “소액주주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회사 재무제표와 영업력, 공시뿐인데 앞으로 뭘 보고 투자하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업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전달해야 할 공시를 조작, 투자자들을 울리는 사례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 측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불성실공시 법인에 대한 제재 조치를 하고 있긴 하지만 사후약방문 격이라 불성실공시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불성실공시 법인 40%가 상장폐지=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 6월14일까지 약 5년6개월 간 총 192건의 불성실공시가 발생했다. 2008년 43건에서 2009년 28건으로 급감하는 듯했던 불성실공시는 이후 2010년 37건, 2011년 36건, 지난해 32건으로 매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 중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발생한 불성실공시 총 176건 중 72건이 상장폐지법인의 공시였다.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상장사 중 41%가 결국 상장폐지 수순을 밟은 것이다. 상장사들은 1년 이내에 2회 이상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될 경우 관리종목이 되고 이후 6개월 이내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재차 지정되면 상장폐지된다.
실적시즌이면 나오는 손익구조변경 공시도 문제다. 당초 손익구조변경 공시는 확정되지 않은 내부결산 자료를 신속히 공개해 상장사와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특별한 제재가 없어 상장사들이 주주총회 개최일 6주 전이라는 공시 기한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692개사 중 78.8%가 손익구조변경 공시를 제출했고 이 중 기한을 지킨 곳은 253개사(46.4%)에 불과했다. 연초 분홍빛 전망을 제시했다가 달성이 어려워지면 슬그머니 이를 뒤집어버리는 '뻥튀기 공시'도 단골 불량공시 중 하나다.
◆작을수록 위험?…코스닥 불성실공시가 코스피의 3배= 코스닥 시장의 불성실공시 횟수가 코스피 시장보다 많게는 3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25일까지 불성실공시 법인 공시 건수는 유가증권 상장사 28건, 코스닥 상장사 83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역시 유가증권시장 32건, 코스닥 67건으로 배 이상 많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불성실공시 법인이 많다는 것은 신뢰하기 힘든 기업이 많음을 뜻한다”면서 “일부 불성실 법인의 경우 악재를 감추다가 발각되는 경우가 있는 만큼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상장사의 경우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때문에 코스닥 시장에 비해 공시 제도가 느슨한 코넥스 시장의 경우 자칫하면 불성실공시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음 달 1일 개설 예정인 코넥스 시장은 공시 규정을 대폭 완화해 최소한의 상장 요건만 갖추게 하고 지정자문인이게 많은 권한을 주도록 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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