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이 19일(현지시간) 3차 양적완화 정책의 출구전략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빠르면 올해 말, 내년 중반까지는 매달 85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해온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증시는 예상보다 더 분명하고 강력한 버냉키 의장의 발언 충격에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신흥국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FRB의 금리정책 등을 결정하는 연방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경제 조건대로라면 올해 말부터 채권 매입 규모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 회복에 대한 우리의 전망이 맞는다면' 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내년 1분기에 완화된 조치를 유지하고, 내년 중반까지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FRB는 미국 경기 부양을 위해 4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담보증권(MBS)과 450억 달러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며 이를 통해 금융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경기 부양책을 유지해왔다.
버냉키 의장의 시간표대로라면 올해 말부터는 이 규모가 점점 줄어들어, 내년 중반에는 완전히 중단될 수도 있다.
물론 버냉키 의장은 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이 받을 충격을 고려해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버냉키 의장은 정책은 미리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유입되는 지표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자산매입 속도를 늦추는 것이 부양책을 종료하는 것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자산매입 속도를 늦추는 것은 차가 속도를 높임에 따라 가속 페달을 느리게 하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은 초저금리 정책은 상당히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버냉키 의장은 "현행 기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아주 먼 미래(far in the future) 의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위원들은 첫 번째 인상 시기를 2015년 정도로 전망했다"고 덧붙여서 충분한 시기를 두고 조정해나갈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버냉키 의장은 또 "물가 상승률은 장기적으로 2%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면서 "인플레가 너무 낮은 것도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의 목표대로 올리도록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 시장과 실업률은 계속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 "경제가 다시 악화될 것이란 우려는 지난 해 가을 이후 거의 소멸됐다“고 진단했다.
버냉키 의장과 FRB의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곧 양적완화 정책의 출구 전략 시사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뉴욕 증시를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뉴욕 증시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이 3차 양적완화 축소와 종료하는 출구전략에 대해 언급하자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무려 206.04포인트( 1.35%) 내린 1만5112.19에 마감했다.
나스닥지수와 S&P500 지수도 각각 1.12%와 1.39%나 하락한 채 마감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버냉키 발언 직후 2.251%로 급등, 14개월내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달러화는 급등세를 보였고, 멕시코, 브라질, 남아프리카 통화 등이 모두 급락하면서 이번 FRB의 출구 전략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직접적인 피해를 받을 것이란 우려를 키웠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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